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person 케로
schedule 송고 : 2008-03-04 14:42
내 추억 속의 '대보름'

지지난주에 안동 낙동강 변에서 대보름 행사가 열렸었다. 나도 그 행사를 보러 강변에 갔는데 다행히 날씨도 좋고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 애들이 소원도 쓰고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은 참 귀엽고 보기 좋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왠지 내가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일본에서도 달집태우기를 해요. 이 전통행사 이름은 지방마다 좀 틀리기는 하지만 '돈도야키(どんどやき)' 혹은 '돈도'라고 하는데, 달집을 만드는 과정도 그 형태도 한국과 너무 닮았다. 일본에선 돈도야키를 1월15일에 하는데, 1월1일을 오오쇼가츠(大正月)라고 부르고 1월 15일을 코쇼가츠(小正月)라고 해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14일 저녁부터 15일저녁까지)바로 새로운 해의 첫 보름을 아주 재수가 좋은 날이라 ‘小正月’라고 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말하는 대보름이죠. 다만 일본에서는 오오쇼가츠도 코쇼가츠도 지금은 양력으로 하고 있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코쇼가츠.. 초등학생이었을 때 나에게는 설 만큼 즐거운 날이었어요.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잘 못 보는 '두더지 퇴치(もぐらうち)'부터 시작해서 마을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너무나 많았거든요. 

14일 밤, 우리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마을의 반장(班長)집으로 가요. 가면 두더지를 퇴치하기 위한 무기를 준비하죠. 무기라고 해봤자 대나무를 잘라 긴 대나무와 짧은 대나무를 준비해서 짧은 대나무에 지푸라기를 감고 긴 것과 짧은 것을 얇게 자른 대나무로 연결시킨 것. 보기에는 너무나 약해 보였던 것이 기억이 나요.  어두워지면 무기를 갖고 마당이 있는 집마다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며 그 무기로 마당을 세게 쳐요. 두더지는 진동을 매우 싫어하거든요, 땅을 치면 두더지는 싫다고 도망친다는 거죠. 두더지를 퇴치시킨 후에는 그 집마다 돈이나 과자를 수고비처럼 많이 주거든요. 받은 과자 등은 마을을 일주한 후에 반장 집에 가서 똑같이 반장님이 나눠줘요. 그리고 같이 떡도 먹고 부모님이 데리러 오실 때 까지 신나게 놀았죠.

코쇼가츠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전에 말했듯이 돈도야키를 15일에 해야 끝나요. 15일 낮에 마을에 달집을 세워요. 거기서는 1월2일에 소원을 쓴 종이와 전날에 쓰던 퇴치 무기 그리고 설날의 장식품들을 태우는 거죠. 그리고 그 불로 떡을 태워서 먹으면 1년 동안 건강하다고 해서 꼭 떡을 먹어야 해요.

이런 1월15일 행사는 바로 무병식재(無病息災)와 오곡풍양(五穀豊?)을 기원하는 전통행사인데 나는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보다는 추운데도 두더지를 퇴치하면 과자를 받을 수 있고 친구와 함께 참가하니까 너무 재미있기만 한거지 깊은 뜻은 어른이 되니까 알게 됐어요.

돈도야키는 일본의 전통문화로서 각 지방자치단체나 학교마다 하기는 하나, 두더지 퇴치행사는 큐슈(九州) 이외는 잘 못 보는 전통행사로 되버렸다. 요즘도 우리 마을에서는 계속 하고 있다고 부모님한테 들었는데 규모도 작아지고 출산율이 낮아짐으로서 참가하는 애들이 별로 없다고 하네요. 요즘은 준비하는 어른이 더 많다니 섭섭하기도 하죠. 이런 전통행사가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고 부모님께도 애들이 오면 내 것 까지 많이 돈과 과자도 주라고 말해야 되겠어요. 이런 행사는 우리의 추억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소중한 문화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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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니다.-편집자 주)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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