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을 위한 도만(渡滿) 구국행렬, 100년 만에 안동서 첫 재연
100여년 전인 1910년 한일합방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나라는 경술국치를 당합니다. 임진왜란으로부터 300년 만에 또다시 강토가 일제에 짓밟히는 치욕을 당한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기자 전국 곳곳에서 항일 우국지사들 식음을 전폐하는 자정순국이 이어졌습니다. 나라잃은 울분을 참지 못한 것입니다.
자정순국에 이어 대대로 지켜오던 재산을 처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고 가솔들을 이끌고 머나먼 이국땅 만주로 떠나는 도만행렬이 요원의 불길처럼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만주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던 안동에서는 명문거족들은 물론이고 서민들에게 이르기까지 마을마다 항일투쟁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1910년 12월 맨 먼저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 의성김씨 집안의 백하 김대락(1845-1915) 선생이 만주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이듬해인 1911년은 안동시 법흥동 고성이씨 집안의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도 가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1912년 3월 2일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안동권씨 대곡문중의 종손 추산 권기일(1886-1920) 선생이 천석지기 종중재산을 처분해 가족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합니다. 경술국치 이후 약 3년 동안 100여세대 1천여명의 안동사람들이 항일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 서간도 지역으로 망명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3.1절을 하루 앞 둔 오는 28일 오후 4시부터 안동권씨 부정공파 대곡문중에서 종가로 사용하고 있는 예미정 별관에서는 100년 전 항일 순국지사 권기일 선생의 가족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향하는 도만행렬 재연 행사가 열립니다.
추산 가족들이 만주로 떠난 지 만 103년 만에 처음 복원해 재연하는 이 행사는 당시의 나라잃은 백성들의 처절한 모습과 항일 독립지사 가족들의 숙연한 모습을 일제 강점기 옛 그대로 재연해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대곡문중에서는 당시 만주 정착과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천석에 이르는 종중 재산을 모두 처분해 황금 두자루로 바꿔 소달구지에 숨겨 운반했습니다. 그런 다음 먼저 도착한 석주 이상룡 선생이 머물고 있는 서간도 통화현 추가가 마을로 향합니다.
이 행사는 광복 70주년과 추산 권기일 선생의 도만 10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안동권씨 부정공파 대곡문중의 호국충절의 정신을 차세대로 이어가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행사는 1부, 도만 항일순국지사 추산 권기일 선생을 추념하는 시 낭독과 신흥무관학교 교가 제창을 시작으로, 추산의 독립운동에 대한 경과보고가 있으며, 2부는 추산이 조부에게 하직인사를 한 후 식솔들과 함께 가재도구를 실은 2대의 소달구지를 따라 고향마을을 떠나는 것을 상황극 형태로 연출하게 됩니다. 마을주민 100여명이 이 행렬을 지켜보며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릅니다.
추산선생 손자인 안동권씨 대곡문중 종손 권대용(67)씨는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100년 전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국만리 만주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의 기막힌 심정이 가슴에 그대로 와 닿는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자라나는 차세대들이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고 우국충정과 호국충절의 정신을 가다듬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 안동넷 & presstea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