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일본은 초코렛 소비양의 4분의 1이 발렌타인데이에 소비된다는데, 나도 예전에는 갯수로 따지면 평균 5개 이상 준 것 같아요. 물론 친구나 아버지에게죠. 일본에서는 설이 끝나면 완전히 발렌타인데이 일색이 되서 '발렌타인 상쟁(商?)이 시작하죠. 어느 슈퍼, 백화점에 가도 초코렛을 선물과 함께 푸른색, 빨간색 색종이로 예쁘게 포장해서 팔아요. 잡지와 방송국에서도 발렌타인데이 특집을 하며 사람들이 사고 싶어지게 만들죠. 살 생각이 없어도 자꾸 보니까 한 개씩 사게 되고 주고 싶어지죠.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유럽에서 시작한 풍습인데 2월14일에 남녀가 서로 사랑의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 하네요. 선물은 꽃이나 케익, 카드를 준다는데 여자가 ‘초코렛’을 준다는 풍습은 일본에서 시작했대요. ‘애인에게 달콤한 초코렛을...’ 이런 광고를 만들었다네요. 유럽에서 들어온 하나의 풍습이지만 유럽에서는 꼭 초코렛을 줘야 되는 법은 없는데 말이죠. 요즘은 그것이 일본코코아 초코렛협회의 음모였다고 그래요.
지금은 일본에서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거나 선물을 주는 날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초코렛을 ‘본명(本命)초코'라고 해요. 요즘은 한개 3000엔이 넘는 가격이 비싼 초코렛이도 있고 고급화가 되고 있죠. 그리고 제가 학생 때쯤에는 ‘의리(義理)초코', '친구(友)초코', '마이초코'라는 것도 생겼어요.
'의리(義理)초코'는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학교 친구에게 주는 건데 본명초코 보다는 훨씬 싼 걸로 하죠. 학교에서는 친구에게, 직장에서는 주변의 남직원에게 주는거죠.
다음 '친구(友)초코'는 여자가 여자에게 주는 건데 평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친한 친구에게 주는 거죠.
마지막 '마이초코'는 자기를 위해 사는 초코렛(My chocolate)을 말하는데요, 2월이 되면 고급 초코렛이나 기간한정 초코렛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초코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서 사기도 해요. 저도 백화점에 나란히 있는 초코렛를 보니까 예쁘고 먹고 싶어져서 많이 샀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기 전에 맛본다는 핑계로 많이 먹기도 했구요. 이렇게 본명이외에도 초코렛을 많이 사게 되는데요, 2월 초에는 대충 주는 사람의 명단을 예상하기도 하고, 어디로 갈지 친구들이랑 매일같이 얘기를 하며 즐거웠죠. 고백을 하려고 생각 하는 친구도 있고 고백의 시나리오를 같이 만들고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발렌타인데이가 끝나면 커플이 많아지죠. 저는 그런 경우는 없었지만 .. 요즘은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코렛만 주는 것이 아니고 시계, 셔츠, 백 등 고급 선물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주면 받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3월14일은 다들 아시다시피 화이트데이죠. 실은 그 날에 선물을 주는 풍습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하네요. 처음에 발렌타인데이에 선물을 줬는데 답례가 없다고 여성들이 불만을 갖게 되자 제과회사에서 만들었다고 해요. 전에는 화이트데이는 발랜타인데이에 받은 것의 3배로 갚아야된다고 했었죠. 남자에게는 정말 부담스러운 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 주면 야단을 맞고 줘도 싼 걸 주면 여자들은 불만을 하죠.
나는 올해는 초코렛을 하나도 안 샀으니 3월14일에 기대를 못하죠. 안줘도 줄 사람이 없을까 그런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이기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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