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2-14 09:38

간 30분이 걸리니 어지간해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전거 출퇴근이다. 몇 년 전에 아들이 산 자전거가 몇 년 동안 복도만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일은 처음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데 조금씩 횟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출근 때 약 35분에서 45분 정도 걸리고 퇴근 때는 약간 오르막인데다 마음도 느긋해서 10분 정도 더 걸린다. 출퇴근 길의 대부분은 거의 환상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시골 작은 도시에서 복잡해봤자 별 것 아니지만) 주택가를 10분 정도만 벗어나면 나머지는 계속 강변이다. 특히 절반 정도의 거리는 낙동강 고수부지로 내려서 강물 옆에서 달린다. 일단 고수부지에 내려오면 같은 방향이나 반대 방향에서 오는 자전거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고 간혹 '노인 일자리 마련하기' 시책으로 휴지를 줍는 노인들을 몇 분 만날 뿐이다. 고수부지의 산책로를 혼자 전세 내어 달리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고 하면 다들 쌩쌩 달리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다리에 힘이 모자라 힘껏 달릴 수가 없다. 지금 타는 자전거가 좌측 4단, 우측 6단인 것 같은데 힘들지 않게 달리기 위해 좌우 모두 2단 정도로 놓고 달린다.  그러니 열심히 밟아봐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젊은 사람과 노인들 속도의 중간쯤 된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걷는 듯한 속도로 자전거 타는 노인들이 이해가 된다. 자전거 실력이 없어 속도가 빨라지면 감당이 되지도 않는다.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도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리막 길에서도 브레이크를 힘껏 당기면서 최대한 느린 속도로 내려온다. 조금 경사가 진 오르막은 그냥 내려서 끌고 올라간다. 그래도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자전거가 제법 늘어서 코가 가려울 땐 잠시 한 손을 떼고 긁기도 한다. 물론 길이 넓고 주변에 장애물이 없을 때.

자전거를 타고 가끔 시내쪽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열이 받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도로를 마치 자기집 주차장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주차하는 운전자들이 가장 밉다. 상가에서 물건들을 인도나 자전거 도로로  내어놓는 것도 미워진다. '도로 만들 때 보상비는 악착같이 받아먹었겠지' 하는 마음도 생긴다. 사람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라 사람이 많아 자전거 타기 힘든 경우는 거의 없다.

몇 년 전 자전거를 이용해 시내를 돌아보고 시청에 개선할 점을 건의할 일이 있었는데 시장님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설명하면서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높낮이를 달리해 분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 예' 하고 넘어갔다(시장님과 통화하면서 내가 뭔 소리를 하겠나?). 실제로 일부 구간엔 자전거 도로와 인도의 높낮이를 달리한 도로가 있고 최근에 만드는 어느 도로도 높낮이를 달리 해서 만들었다. 요즘 생각하면 그 정책만큼 탁상행정도 드물 것 같다. 확언하건대 그 정책을 입안한 사람은 분명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불법 주차된 차나 노상 적치물이 문제다. 자전거와 보행자는 불법 주차와 노상 적치물을 피해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다녀야 한다. 높낮이 차이로 자전거는 들어서 올리거나 내려야 하고 보행자는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삘 수도 있다. 그냥 같은 높이로 있는 것이 백 번 낫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만약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겠다면 말릴 생각이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30세 전에는 말릴 생각이다. 자전거를 타고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중 한 가지 조건은 만족해야 한다. 차량 운전자들이 보행자와 자전거를 존중하는 문화가 되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알아서 조심하거나. 신호등 없는 횡당 보도에서 아이들이 기다릴 때 먼저 가라고 서는 차량을 보기 힘든 운전 문화에서는 자전거는 위험하다. 골목이나 주차장과 마주치는 자전거 도로에서 앞뒤 살피지 않고 달리다가는 사고 나기 딱 알맞다. 서른은 넘어야 성격이 좀 죽고 조심을 할 것 같아서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내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유류비 절약도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다. 직장이 이전하기 전엔 장거리를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 달 유류비가 8만원 정도였는데 같은 빈도로 차를 이용하면 몇 배의 거리 때문에 이젠 불가능하다.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타면서 한 달 유류비를 10만원 안쪽에서 막는 것이 목표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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