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person 오가타게이코
schedule 송고 : 2008-02-05 15:04
일본 세츠분
 

2월3일, 입춘 전날 일본에서는 ‘세츠분(節分)’행사가 열렸어요. NHK를 봐도 연예인들이나 스포츠선수들이 콩을 던지고 있는 장면이 계속 나왔고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세츠분'행사는 706년에 처음으로 일본에서 실시된 정통행사인데, 원래는 중국에서 시작한 사기를 쫓는 행사였다고 해요. 


'세츠분'이라고 하면 원래는 각 계절이 시작하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의 전날을 말했었는데 ‘立春正月'라고 하는 뜻이 입춘을 1년의 시작이며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요즘은 세츠분이 바로 입춘 전날을 말하죠. 입춘을 신년의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 마매마키(豆撒き)' 등 사기(邪?)를 물리치기 위한 행사를 하죠. '마매'는 콩이고 '마키'는 '뿌리다'라는 뜻이에요. 마매마키는 사기를 쫓기 위한 행사인데 무기는 바로 우리가 잘 먹는 콩!  콩은 매우 강한 생명력이 있는 곡물이며 사기를 물리치는 영력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주술에도 사용하게 됐는데 일본에서도 사기를 물리친다고 믿고 볶은 콩을 던지는 거죠. 콩은 볶은 콩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볶지 않는 그냥 콩에서 나중에 싹이 나오면 조짐이 나쁘다고 해서 꼭 콩은 볶아야한데요. 옛날에는 집에서 직접 콩을 볶아서 했는데 요즘은 슈퍼에서 ‘복두(福豆)'라고 해서 팔아요.


마매마키 할 때는 집 현관에서 콩을 던지며 '오나(鬼)와 소토(外), 후쿠(福)와 우치(?)'라고 외치는데 '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라는 뜻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는 아버지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귀신 탈을 쓰고, 우리는 콩을 던지고 뒤쫓아가고 그랬어요. 도망가는 아버지, 그리고 선생님 모습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신나게 콩을 던졌었죠. 나도 한번만 학교에서 귀신 역할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애들이 너무 세게 콩을 던지니까 아프기도 하고 왠지 미움을 받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들고 해서 다시는 안하고 싶어졌죠.


던지고 나서 자기 나이 +1개 콩을 먹는데 먹으면서 무병식재(無病息災)를 기원해요. 요즘은 위생적으로 던진 콩을 먹는 것은 안 좋고 청소하기도 힘들다고 해서 땅콩을 던지는 집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세츠분에서 잊으면 안 되는 것이 '호랑가시나무'와 '정어리 머리'에요. 호랑가시나무하고 정어리 머리를 현관이나 문에 장식하는데요, 그것은 호랑가시나무에 있는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찌르고 정어리 냄새 때문에 귀신이 가까이에 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집에서는 항상 문에 장식했는데 정어리 머리 냄새가 심해서 싫어했죠.


올해는 저희 집에 어린이가 없어서 마매마키를 아버지, 어머니 둘이서 했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는 항상 같이 해왔던 일인데... 같이 못 해주지만 올해도 마매마키해서 사기를 물리치고 부모님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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