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 8편
여행에서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먹거리가 무엇보다도 호기심을 가장 크게 자극합니다. 내내 양고기가 나와 힘들었던 동료들도 있었지만 생각 보다 입에 맞아 살이 오히려 올라 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매 끼니마다 빠지지 않던 보드카 때문에 우리는 ‘보드카 3형제’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몇 년전 러시아 여행에서도 주변 분들이 '보드카'로 별명을 붙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하여간 몽골음식 일반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몽골 초원민의 식탁은 ‘하얀음식’과 ‘빨간음식’으로 채워진다고들 합니다. ‘하얀음식’은 가축의 젖으로 만든 각종 유제품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한편 ‘빨간음식’은 가축을 도살하여 얻는 육류를 총칭하는 말이랍니다. 가을에 통통하게 살찐 가축을 도살해 혹한기에 대비해야지요. 따라서 육식이 가장 풍성한 계절은 기본적으로 겨울입니다. 몽골 초원민의 식탁은 이와 같이 여름을 정점으로 하는 <하얀 음식>과 겨울을 정점으로 하는 <빨간 음식>이라는 명료한 계절성을 갖는 두가지 주식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가축이 가져다 주는 큰 선물이지요. 여름날 몽골 초원에서는 많은 유목민들이 유제품을 널빤지에 펴거나 가죽부대에 넣어 천막 위에서 햇볕에 말립니다.
일반적으로 <하얀음식>은 그 색깔 때문에 청렴과 진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하얀음식>에 더하여 <빨간 음식>은 풍성함을 나타내고요. 몽골의 대표적 화가 '샤라브'가 그린 가을풍경 속에도 양의 도살장면이 포함되어져 있는데, 양을 여덟 개 부위로 해체해서 삶은 후, 살아 있을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그것은 슈우스라 불리고, 초원에서 최고의 접대요리라고 합니다.
참 몽골의 술을 빼놓을 수 없지요. 일반적으로 [보드카] 와 [아이락] 그리고 [아르히]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보드카는 스미르노프 등의 러시아산 보드카나 칭기스칸 등의 몽골산 보드카를 즐겨 마시며 알콜도수가 40도 정도로 독한 편입니다만 뒤끝은 너무 개운합니다. 쪼옥. 반면 아이락(6~7 도) 이나 아르히 등은 비교적 알콜 도수가 낮아 편하게 마실수 있으나 이것도 은근히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과음하는 것은 금물이랍니다. 아이락은 말젖을 발효시킨 술로 한국의 막걸리와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몽골인들은 어려서부터 거의 식사 처럼 아이락을 마시고 자라기 때문에 아이락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중독성이 이해가 갑니다. 또한 아르히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요구르트를 끓여서 증발시킨 후 액화시킨 술로써 투명하며 알코올 농도가 약하고 맛이 고와 정종과 비슷하지만 젖냄새가 나며 은근히 취하는 고급 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몽골인들은 술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고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손님에게 술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으며, 손님이 술에 취할 때 까지 술을 권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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