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발 시인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출간
된장 담그는 시인 이위발의 첫 산문집
고향이란 무엇일까? 뜨내기가 될 수밖에 없는 요즘 세상에 고향의 의미에 대해 묻는 것은 어쩌면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태어나서 평생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향수’라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여우가 죽을 때 고향을 향해 머리를 돌리듯,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란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엠블라에서 출간된 시인 이위발의 첫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은 이런 그리움의 정서를 자극한다. 저자는 경북 안동에서 ‘된장 담그는 시인’으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감성적인 산문으로 엮어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고향을 느끼고 잠시 아련한 기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제비가 처마에 집을 지어 기뻐했던 일, 메주 향기로 가득한 산골의 봄 풍경, 뒤꼍 항아리에 간식을 숨겨놓으셨던 어머니……. 소박하기에 아름다운 삶에서 기쁨을 느끼는 저자의 시선이 글에서 자연스레 묻어난다.
느끼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사랑했던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희망을 찾으라
『된장 담그는 시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삶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불행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하지도 못한 길을 가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것에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환희를 느끼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하게 옛 인연과 재회하기도 한다.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삶을 탓하지 않고, 순간순간마다 삶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에 감동할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된장 담그는 시인』은 일회성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책일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사람 냄새’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스스로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산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법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거리에 따라서, 마음 상태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다가옵니다. 산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자기가 가진 무한한 측면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다가서면서 보는 산이 다르고 물러서면서 보는 산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속에 갇혀 있던 것들이 열리곤 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을 얹어 글로 풀어놓은 것들입니다.
― 「책을 내면서」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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