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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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일본의 설날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자 해요.
일본에서는 설날에 도시가미(?神)를 집에 모시고 신과 함께 축하하는 날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들었어요. 도시가미는 연초에 와서 오곡풍양과 가족의 건강을 약속해주는 신이라고 해요. 설날에 집 앞에 장식하는 소나무로 만든 장식품(門松)이나 금줄장식(注連?), 그리고 설날용 찰떡(鏡?)은 도시가미를 환영하기 위한 준비물이에요. 옛날에는 모두 각 집에서 만들었는데 요즘은 쉽게 슈퍼에서도 살 수 있게 됐어요.
1월3일까지 집에서 신을 모시는데 그 동안은 집안을 시끄럽게 해서 신을 귀찮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한 집안에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요. 그래서 오래 상하지 않는 끓인 음식을 연말에 만들어 놓고 요리를 안 하니까 그것을 계속 먹어요. 그러나 여자들이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니까 설날만이라도 쉴 수 있게 하려고 했다는 말도 있답니다..
그리고 일본 설날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음식이 '조니(?煮)'인데요, 조니는 떡을 넣고 끓이는 일본식 떡국이라고 할 수 있죠. 한자 그대로 떡과 여러 가지 야채를 섞어서 만든 떡국인데 원래는 무가사회에서 시작한 야전요리(野?料理)였고 그것이 일반 시민들에게 전해진 것으로, 일본의 정식코스요리인 본선요리(本膳料理)에서는 뺄 수 없는 일품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전에 말했듯이 3일 동안은 별로 집안일을 안 하니까 조니를 계속 먹어요. 질리기도 하고 떡 때문에 살이 찌는 사람들도 많아요. 설 연휴기간에 살이 찌는 걸 ‘正月太り(쇼가츠부토리)’라고 해서 설날 끝나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여성들이 많아지죠. 저도 이번 설날에 7번 이상 조니를 먹어서 다이어트를 해야 될 거 같아요.
'조니'는 그야말로 그 지역의 야채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니까 지역적인 특색을 볼 수 있는 요리라고 할 수 있죠. 맛을 된장으로 내느냐 간장으로 내느냐, 그리고 된장도 붉은 된장이냐 황백색 된장이냐, 맛도 틀리고 떡 모양도 지역별로 다 틀려서 조니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우리 집은 큰 집이니까 설에는 많은 친척들이 새해 인사를 하러 오는데 ,어머니는 결혼해서 처음에 설 준비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얘기를 하세요. 우리 집은 쿠마모토현 중심부에 가까운 지역에 있는데 거기서는 말린 오징어를 하루종일 끓여서 국물을 내죠. 그러나 어머니 외가 집은 산간부에 있어서 버섯으로 국물을 내거든요. 처음에는 맛을 볼 줄도 모르고 양도 30인분이나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에 늘 할머니에게 물어보며 끓였다고 하네요. 저희 집에서 여자는 조니를 끓일 줄 알아야한다고 해서 옛날부터 조니를 끓이는 방법을 배웠는데, 최근에 저도 어머니한테 배우고 끓이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어머니만큼은 맛이 나오질 안네요.
한국에 돌아올 때 일본 떡을 가져와서 집에서 끓여봤어요. 왠지 어머니 생각도 나고.. 저도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간 어머니처럼 맛있는 조니를 끓일 수 있게 되겠죠.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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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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