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person 쑤세미
schedule 송고 : 2008-01-04 11:17
Boys, be ambitious!

 >> H2.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오래전에 친구 따라 잠실야구장 딱 한번 가봤다. 그때가 OB에서 두산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팩소주를 마시던 친구가 ‘우즈’를 연호하던 추한 모습이 기억난다. 입장 전에 친구들이 왜 내 가방에 팩소주를 때려 넣는지도 몰랐고(걔네들은 가방 검사 다 받았다) 야구장 올 것 같지 않은 마스크의 소유자였는지 난 그냥 통과였다. 하여간 얼결에 두산을 응원했는데 그 이유는 경기가 끝나면 입장권 끝자리가 홀수인 여성 관중에게는 청하 2개들이 한 세트를 준다고 해서였다.

그날 OB는 졌고, 순전히 들고 가기 귀찮아서 야구장 근처 잔디밭에서 오징어 한 마리 안주 삼아 밍밍한 청하를 다 마시고 갔다. 그때 느낀 점이, 역시 스포츠경기는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백배는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야구의 야자도 몰라 기껏해야 국가 대항 경기만 챙겨보는 내가 야구가 섬세하고 세련된 스포츠라고 느낀 것도 그때였다. 그래도 주말에 하는 TV야구중계는 여전히 싫어하고 그걸 넋 놓고 보고 있는 남자들은 따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만화 속의 야구에는 열광한다. 까치 오혜성의 어깨 컨디션을 걱정하고 독고 탁의 혈투를 지켜보며 2할5푼3리 같은 외계어를 알 것만 같은 표정으로 본다. 그러나 역시 야구만화의 지존은 일본작가 ‘아다치 미츠루’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쯤 되는 일본 고교생들의 갑자원 쟁탈기를 그린 <H2>. 아다치 미츠루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기대하게 하는 그의 많은 작품들. 그 작품들이 공이 되어 날아와 스트라이크존에 꽂힌다.

배터리는 타자와 포수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히로와 노다는 중학교 최고의 배터리. 그러나 부상으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가 없다. 이들과 함께 중학전국대회를 석권한 천재적인 타자 히데오는 야구명문고로 진학하지만 히로와 노다 콤비는 야구부가 없는 센까와 고교로 진학한다. 돌팔이 의사의 어이없는 오진으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히로와 노다는 센까와에 야구부를 창립하고 갑자원에 도전한다. 히로의 단짝이자 최대의 라이벌 히데오는 그들의 도전을 멋지게 받아들인다. 여기에 이들의 소꿉친구 히까리가 등장하여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고 히로는 야구부 매니저인 하루까와 또 인연을 맺게 된다. <H2>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이 가능한 청춘로맨스가 가미된 스포츠만화이다.

매번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답게 역시나 야구모자 삼일 쓰고 벗은 머리를 한 여자주인공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너무 싫다. 하지만 센까와 고교의 키네라든지 온갖 방정맞은 조연들로 인해 더욱 멋진 만화. 과감한 생략과 여백을 통한 유머. 그리고 그 속에서 던지는 작가의 멋진 메시지. 미끈한 프로야구보다 열정 가득한 아마야구의 부흥을 바라는 야구마니아는 물론 홈런과 아웃밖에 모르는 야구의 문외한이 읽어도 반할 멋진 만화 <H2>, 긴 겨울밤 일독 아니 다독하시라!

글/쑤세미

유행에 민감하나 돈이 없어 동참하지 않으며, 모르면서 아는 척을 잘함. 겨울은 좋아하나 추운 건 싫어함. 전자제품을 포함한 각종 기계를 잘 고장 내고 시치미를 잘 뗌.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 스넥코너 등에서 메뉴를 잘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편임. 그래서 커피는 항상 모카라떼를 마심. 딴 건 뭔지 모르겠음. 가식이라도 친절한 걸 좋아하며 아부를 잘함. 박지성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나 얼마전 버밍엄전에서 검은머리 휘날리는 테베즈가 박지성인줄 알고 발재간 대단하다고 생각함. 추운 날 웅부공원에서 생쇼를 벌이는 연인을 보면 저러고 싶을까 생각됨. 옆에 할매들 앉아있는데 에로영화를 찍음. 2008년 새해부터는 이런 인간들 웅부공원 입장금지 시켰으면 좋겠음. 운전면허증은 인성평가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발부하길 원하고 목욕탕에서 물 계속 틀어놓고 목욕하는 사람들은 따로 모아 혹독한 훈련을 시켰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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