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person 오가타게이코
schedule 송고 : 2007-12-20 15:31
김장체험

이번주에는 지난 12월 8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김장’체험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일본에 츠케모노(漬物-단무지)가 있듯이 한국에는 김치가 있는데, 한국에 온지 7년 동안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에 와서 얼마 동안은 김치의 매운 맛과 냄새 때문에 전혀 먹질 못했고 익숙해지기 까지는 2년 이상 걸렸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에 안동 다례원에서 김장체험을 실시한다는 걸 듣고, 그래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한번 정도는 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보러 가게 된 것이다. 

체험 장소인 다례원은 안동댐 인근 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너무 추웠다. KBS방송국에서 촬영하러 왔었는데 요즘은 김장하는 걸 보기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들으니 나는 좋은 기회를 얻었구나 싶었다. 선생님들이 배추, 마늘, 고춧가루 등 많은 재료를 준비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재료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내가 모르는 재료들도 많았고, 배추김치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내가 체험한 김장과정은 양념을 배추에 바르는 작업이었다. 선생님들이 절인배추와 양념을 미리 준비해 놓으셨다. 배춧잎 한잎 한잎마다 골고루 양념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의 잎으로 전체를 감싸하는 작업이었는데 배추가 얼음처럼 차가워서 양념을 바를 때마다 내 손은 오그라들었다. 너무나 차가워서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조급하게 바르는데  옆에 계시던 선생님은 별로 차갑지 않는 듯 꼼꼼히 구석구석까지 양념을 바르고 계셨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매년해서 익숙해졌으니까 별로 힘들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김치를 담갔을 것이고 그만큼 힘드셨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 여성들은 식구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먹이기 위해 힘들어도 불만 없이 김장을 열심히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감동을 받으면서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한국여성들이 참 강하다는 느낌을 들었다.

김장이 끝난 후 김치 시식시간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방송국 카메라로 촬영하게 되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리포터 분이 김치의 맛을 물어보셨다. 마음속으로는 웃으면서 ‘맛있어요’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일본사람인 나에게는 너무 매워서 표정이 마구 일그러지며, 내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매워요!’였다. 주변분들이 모두다 큰소리로 웃으셨는데 너무 민망스러웠다.

김장작업은 조금 힘들었으나 참 즐거운 경험이 됐다. 저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고 신기하고  양념을 정성껏 바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는 그때 내손으로 직접 담근 김치가 있는데 먹을 때마다 김장을 도와주신 선생님의 생각이 날것이다.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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