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person 오가타게이코
schedule 송고 : 2007-12-04 15:45
임명장을 받은 날

 
이번에 두 번째로 올리게 된 ‘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첫 번째에 이어 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로 안동에서 시작하게 된 게이코의 생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2003년 9월5일, 새로운 안동에서의 생활을 위해 나는 안동으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안동으로 오는 내내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안동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가득했다. 버스터미널에는 안동시청 총무과 직원들이 마중을 나오셨고 짐은 택배로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별로 없었지만 긴장된 내 마음만큼이나 작은 가방이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아파트로 가니까 13평의 가정형 아파트. 서울에서는 하숙을 했기 때문에 아주 넓어 보이고 좀 오래됐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하나도 없어서 기분은 좋았다.

이사를 온 다음날 밤, 내일은 외국인 공무원 임명장수여식을 별도로 하기 때문에 꼭 정장을 입고 오라는 시청의 전화가 있었다. 나는 그 말에 굉장히 초조해졌다. 1달 전까지 학생이었고 정장을 입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학위수여식 때 입은 여름정장 이외에는 정장이 없는데다가 그 정장마저 택배가 도착하지 않아 정장이 없는 상태였다. “저... 죄송한데요. 아직 택배가 도착하지 않아서 정장이 없는데요.”라는 내 말에 직원들도 당황하는 것 같았고 그런 반응에 나도 몹시 걱정이 되었다. 직원들 소개로 급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공무원을 찾아 옷을 빌리기로 했다. 전화로 체형이 비슷한지 확인하고 처음 보는 분의 집을 찾아 옷을 몇 벌이나 입어보면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때 저에게 옷 빌려주신 분~ 감사합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서 빌리게 됐는데 그때는 벌써 10시를 넘었다. 옷을 빌리고 일단 안심은 했으나 평소에는 하지 않던 화장도 해야 될 것 같고 마사지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아마 임명장을 받던 날 내 얼굴은 ‘이나가포이(일본에서 촌스러움을 이르는 말)’였을 것이다.

임명장을 받던 날, 시청에는 직원 차로 갔는데, 함께 근무하게 될 캐나다인 데이빗씨와 대만인 유선문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키가 180cm 넘은 두 분은 키가 아주 크고 말이 없어서 굉장히 무서워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처럼 무척 긴장했던 모양이다.

임명장은 시청 회의실에서 받게 됐는데 왠지 우리보다 직원 분들이 많이 긴장한 듯이 보였다. 그 이유는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알게 됐는데, 회의실 뒤쪽에 카메라를 갖고 대기하는 방송국, 신문기자들이 한 10여명 정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내 마음은 '아~큰일이 났다. 외국인공무원이라는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엄청나고 많은 관심을 받을 일이구나‘ 라고 혼자 조마조마했다.

늘 안동시에서 말하던 ‘한국최초의 외국인 공무원’이 됐다는 것이 그때야 실감났다.일본에서는 방송국 인터뷰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갑자기 안동에서 유명해진 것에 혼란스럽기만 했다.

시장님께서 임명장과 공무원 뺏지를 주시면서 환영의 말씀을 해주실 때 긴장은 최고조로 도달하고 처음으로 들은 안동 사투리는 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시장님이 온화한 얼굴로 웃으셔도 처음으로 들은 ‘니껴’라는 말만 하루종일 머리에 맴돌았고 강한 안동의 사투리는 나를 계속 놀라게 만들었다.

수여식이 마치고 우리는 각 과를 돌아가면서 인사를 드렸다. 직원들이 모두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갑게 대해주시면서 긴장은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이렇게 정신없었던 안동시청 근무 첫날은 긴장과 혼란 속에서 막을 내렸는데 매우 긴장했는지 그 날 밤은 아주 피곤했다. 그러나 우리들을 환영해주시고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 날은 몇 번씩이나 두 주먹을 불끈 쥔 날이었다.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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