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화병

person 동흥한의원 신지섭 원장
schedule 송고 : 2011-12-20 10:48

Q : 오늘은 화병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화병은 어떤 것인가요?
A : 화병은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질환입니다.동의보감에서는 고문을 예로 들어 기가 ‘치밀어노르는 것’ 으로 화병의 증세 위주로 화병을 논의한 구절이 있고 서양 정신의학회에서도 1970년대 후반부터 화병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는데요. 1995년 미국의학회지에서는 한국어 표기 그대로 화병으로 등록이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화병에 대하여 분노의 억제로 나타나는 분노 증후군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점차 주목을 받고 있는 질환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 : 주변에서도 화병을 가지고 있다는 분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화병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 가슴이 답답하거나 얼굴로 열이 치솟는 느낌이 들고, 모든 일이 귀찮고 의욕이 없으며 시시각각 감정이 변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며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병원을 찾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지요. 이처럼 검사상 이상은 없지만 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감정의 변화와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 증상을 한방에서는 화병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신체증상으로 가슴의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름,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짐. 입이 마르거나 목이 마름, 두통이나 어지러움,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깸, 가슴이 두근거림. 관련 심리증상으로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름,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거나 혹 자신이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짐,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람. 이 중에 절반 이상이 해당된다면 화병을 생각할 수 있고, 심각한 우울증이나 다른 신체증상이 동반되기 전에 치료에 임하셔야 합니다.

Q : 화병의 증상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군요. 아무래도 예전보다 현대사회의 스트레스가 더 커진 것도 있을텐데요. 옛날과 현재, 그리고 남녀에 따라 화병 발생에도 차이가 있습니까?
A : 화병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두드러지게 발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남자는‘양’기운에 속하기 때문에 기가 모여도 쉽게 흩어지지만, 여자는‘음’기운에 속하기 때문에 기가 쌓이면 막혀서 병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즉 육체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기운이 떨어지게 되는 병(과로사)의 경우 남성에게 많지만, 감정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감정이 쌓이는 병(화병)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남녀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트레스 노출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의 홍수, 다양하고 복잡해진 인간관계, 부자 열풍으로 대변되는 물질 만능주의 등으로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지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취에 대한 스트레스와 남과 비교하여 받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 더 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 사실 화병은 우리 어머니들의 병이었고 스트레스가 심한 주부들이 많이 거론하는 병인데요. 환자 본인들이 화병인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A :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은 본인이 진단명을 가지고 와서 ‘내가 화병이요’부터 해서 심지어는 기를 내리든지 풀어주든지 어떤 어떤  치료를 해 달라는 치료법을 제시까지 해 주시는 친절한 분들이 계십니다. 자세히 진단을 하다보면 의외로 이런 분들은 화병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주 만성화 된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본인 병의 원인을 알고 사전에 예방과 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의외로 본인은 화병을 입에 달고 살지만 병증이 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화병 치료에서 아주 유념해야 될 부분입니다.

Q : 화병이 있다고 호소를 많이 한다고 화병이 심한 것은 아니군요.
A : 네.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 보다 실제 심각한 화병을 가진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때에는 주로 화병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질환을 치료 받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들 들면 두통이나 불면증, 소화불량, 복통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지만 사실은 그 바탕에 화병을 깔고 있는 경우인데요. 그래서 때로는 그 지엽적인 증상에 집중하다 보면 뿌리가 되는 화병의 치료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인들은 그러한 상황이 병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한다는 점과 그런 의료체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이 일반화 되어 있고, 정신.신경 계통의 의료분야에 대한 접근이 훨씬 용이게 되어있습니다. 즉, 화병이 가족구조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사전에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를 해나가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봅니다.

Q : 모든 병이 그렇듯 화병도 방치하지 않고 문제인식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군요. 한의학적인 치료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 치료는  기(氣)의 울결을 풀어내고 지나친 화를 진정시키는 방향을 주로 하며,기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 우울증처럼 기가 가라 앉는 경우 등을 나눠서 치료가 진행됩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되어 허(虛)한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원기를 돋우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 한방칼럼은 동흥한의원의 신지섭 원장님이 연재합니다. 동흥한의원 054-859-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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