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를 보고

person 최윤환
schedule 송고 : 2007-09-17 15:07

지금까지 우리 역사가 그래 왔듯이, 얼마나 감추고 숨기면서 변죽만 울리는 그런 영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영화관을 찾는 일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오면서 주위에 권하고 싶어지는 영화 1위를 넘어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고 표를 사서 주위에 나누어 주고 싶어지는 영화이었다.

영화관을 나선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속에는 좌절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가슴을 열고 이 시대를 바라보고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상영 중 내내 눈을 가리고 화면을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은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청산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 멍에를 짊어져야하는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끝이 나고 불이 들어왔지만 왠지 맥이 풀리고 힘이 빠져 그 자리 못 박힌 듯 일어 날 수 없도록 하였다. 천리 길을 걸은 듯 간신히 극장을 빠져나올 때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올 때도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왠지 글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가 주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이제까지 잘못 알아왔던 것에 대하여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에 불과 할뿐, 영상 속에 몰입되었다거나 지배되었다고는 볼 수는 없다. 그렇다, 화려한 휴가는 결코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며, 간단하게 말하면 1980년 당시 신군부가 국가권력을 찬탈하기 위하여 저지른 광주만행을 약간의 멜로를 가미하여 사실을 토대로 하여 고발 하는 형식을 빌린 영화이다.
 
그 당시 증인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영화가 갖는 한계로 하여 현장감과 현실감을 그대로 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광주민주항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들에게는 밋밋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또 도입부가 미약하고 신군부 당사자들의 왜곡으로 광주 민주 항쟁의 배경을 온전하게 파헤치는 데는 한계점을 나타내었을 뿐 아니라, 끝 부분에 대한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 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시 찾고 싶도록 하는 것은 광주민주항쟁이 끝난지가 30 여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대다수가 잘못 알고 있으며, 거기에 따라 왜곡되고 편향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제야 고발하면서 그런대로 사실에 입각하여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 광주민주항쟁의 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지루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언질만 해주면서도 이 땅에 이러한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누구의 잘?잘못을 묻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무언중에 그 해답을 남기고 끝을 내고 있다. 또 한 공수부대의 폭력으로 사망한 것이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1. 광주 민주 항쟁의 배경

79년은 우리나라 정치의 숨가뿐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부마항쟁과 함께 일인 독재의 절대 권력자 였던 박정희대통령의 암살로  힘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 자리를 차지하고자, 군부와 공화당, 정부 관료들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전개되었으나, 군부는 계엄령을 수행하는 물리적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보력까지 장악하면서 권력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고, 정승화(鄭昇和) 육군참모총장 등 군단장급 이상의 육사 10기 이내에서는 유신헌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여 민선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었으나, 여기에 반대하는 강경파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육사 11기 이상은 12.12(하극상인 군사쿠테타)로 군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국민을 위한 진정한 민주정부의 탄생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었다.

신군부는 전국의 비상계엄확대의 명분을 잡고자 암호명 “화려한 휴가”로 3공수를 광주일원에 배치하여 무차별 강경 무력진압과 억압이 학생과 시민의 분노를 유발시켰고, 진압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민적 저항에 이르자, 개각을 하루 앞둔 5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을 확대하는 명분을 획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북괴의 사주를 받는 간첩들이 광주에 침투,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폭도들과 야합, 공권력을 탈취, 시민들을 위협하는 무정부 상태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왜곡하였던 것이 광주민주항쟁이다.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 의해 피해자가 가해자로, 시민의 자위권이 폭도의 광란으로, 양심의 표현이 사회불안 야기로 뒤바뀌게 되었다. 25년이 지난 2005년, 5.18 유가족 대표단체들이 합동으로 첫 공식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5.18 관련 사망자는 10일간 초등학생과 대학생 고등학생을 포함하여 606명(중상으로 인한 후유증 사망자 포함)이며, 계엄군 사망자는 23명(이중 14명은 공수부대와 향토사단 간의 오인사격으로 사망) 5.18 관련 시민 1394명이 구속 연행되고 427명 기소, 7명이 사형 12명이 무기형을 받았던 “5월에 광주가 무대이었다.

2. “화려한 휴가”줄거리

 영화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광주가 무대이며, 진압군인 공수부대의 작전명을 제목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총 제작비 100억원을 들었고, 감독은 대구가 고향인 김지훈,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택시기사인 형 민우(김상경 분)와 끔찍히 생각하는 동생 진우(이준기 분)는 남다른 형제애로 단둘이 살아가고 있지만, 민우는 오직 동생 진우가 공부 열심히 하여 서울대 법학과를 들어가기만 바라보며 평범한 생활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유치할 정도로 벌벌 떨면서 고백을 하지 못하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성실한 삶 가운데 신애와 첫 데이트인 영화 관람을 하는 가운데 갑자기, 무고한 시민들이 총, 칼로 무장한 공수부대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런 와중에 신애가 진압군에게 쫓기다 구타를 당하게 되고, 이것을 구해주면서 아주 평범한 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시민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 나가게 된다. 이처럼 평범한 시민들이었지만 눈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 분)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하여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치지만 모두가 국가권력의 희생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3. 가슴에 담은 영상

 무장한 군인들을 싣고 굉음을 울리면서 날아가는 것을 녹색의 들판에서 평화스럽게 농사일을 하는 농민들의 몽롱한 시선은 무력감으로 인하여 자기상실로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단조로운 질서와 평화로움을 깨뜨리고 폭력이 우월하다는 것을 예감과 함께 긴박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군부의 정권탈취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문제 제기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무자비한 곤봉을 휘두르는 계엄군의 잔인함과 무차별적인 유혈진압으로 아침에 나갔던 혈육이 주검으로 변해 리어카에 실려 오게 되면서 시위군중은 학생에서 시민들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전남 도청 앞에 늘어난 시민 학생 항의대열. 도청에서 확성기를 통하여 울리는 애국가를 신호로 하여 시위중인 시민들은 일제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순간 이를 신호로 광주 금난로에 도열한 무장 계엄군의 M16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으면서 한 나라 한 민족이었던 계엄군이 비무장 민간인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시작하여 누군가의 아버지, 삼촌, 형, 누나, 동생, 아들, 조카들이 쓰러져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교련복을 입은 고교생까지 총을 잡으려 자원을 하게 되고 민가에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전달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무장 시민군이 조직된다.

 시민군의 저항으로 도청을 포기하고 물러났던 계엄군은 탱크를 앞세우고 금난로로 진격하여 들어오면서 탱크의 궤도에 깔려 돌아가는 납작해지는 자전거의 바퀴는 민중들에게 국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하여 주는 동시에 국가의 폭력이 민중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한순간에 이처럼 무참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아가 앞으로의 역사의 심판과 숨겨진 진실이 들어날 것을 예언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고립당한 시민군들이 무전기로 서로를 위로해가며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죽어가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보다는 그들만의 외로운 전쟁으로 인하여 잊혀 질까하는 두려움이 깊게 배어있고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순간은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 외로움과 두려움을 잊기 위하여 죽어가면서도 누군가와의 소통을 원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채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또 죽어가는 순간에도 무전기를 붙잡고 있는 것은 무전기만이 유일하게 외부와의 소통 할 수 있는 장비이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매체이었다. 그 매체는 이미 통제된 사회에서 묻혀 지는 진실에 대하여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미디어에 대한 원망과 항변이었다.
그리고 그 항변은 오늘날 남아 있는 국민들과 관객에 대한 외침이었다.

그들은 외로웠을 것입니다.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은 죽음에 직면한 그들의 그 외로움에 대해 그들의 질책에 대하여 우리는 언제까지나 외면하여야 할까?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속죄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하여야 할까?
마지막  민우(김상경)는 “폭도는 총을 버려라,” 그는 폭도라는 소리에 이렇게 외친다.
“폭도, 내가 왜 폭도냐고, 우린 폭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죽어간다. 이것이 진실이다. 아직도 이사회에서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합천에서는 전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전 전 대통령과 '일해공원' 홍보에 나섰다.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들은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한 대통령, 물가안정과 올림픽을 유치한 훌륭한 대통령”으로 선전하고 있다. 우리가 한번더 영화“화려한 휴가”를 보아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지막지한 천박한 역사인식과 저급한 지역주의 사로잡힌 그들과 논쟁을 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았고 우리가 속았을 통제된 언론으로부터 두 번 다시 속지 않기 위함이다.

 영화 마지막에, 기억해달라고,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던 이요원의 목소리, 그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대한 외침이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그 뿐인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도 인간임을 선언한 노동자 전태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으며, 일제강점기를 잊고 있고, 위안부할머니들을 잊고 있으며,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우리선조들의 비참한 삶과 중남미에 노예생활을 하였던 멕시코와 중남미에 흩어져있는 우리 동포들을 잊고 있다. 또 사할린과 중앙아시아 연해주, 연변에 있는 우리 동포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많은 희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일제의 만행을 잊고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분단의 원흉인 미국 잊고 오히려 혈맹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태일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랜드 비정규직들의 외침을 외면할 수가 있으며, 우리가 한반도를 기억하고 우리가 한민족 한 동포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어떻게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고 동포들의 굶주림을 외면하면서 북한에 퍼주기라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배경음악 <님을 위한 행진곡>은 도청사수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고 박기순 열사의 1982년 "영혼 결혼식"때 처음 불려졌던 노래이다. 영화전체적인 흐름이 민우(김상경)는 윤상원을 모티브로 한 면이 있지만 윤상원과는 상반되는 인물이다. 고 윤상원 열사가 사회의 변혁을 위하여 노력하는 인물이었다면, 민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는 지극히 인간애가 넘치는 가족적 인물이다. 죽은자와 살아 남은자로 갈라졌지만, 칼라 처리한 죽은자와 흑백으로 살아남은 이요원의 결혼식장면은 살아 남은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 그리고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분노가 함께 있다. 모두가 웃고 있지만, 이요원만은 웃을 수 없었던, 그것이 산자의 분노이며 해결해야할 짐이 되어있다.

 자그마치 27년이 걸렸다. 한국 현대사의 가슴 아픈 분수령인 80 년 5월 광주가 한 편의 상업 영화로 탄생하기까지 27년이 걸렸다. 27년이 지났지만 광주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진실과 거짓으로 대립의 각을 세우면 대다수의 소시민에게 불편한 진실로 남겨졌다. 우리는 기억하여야 한다. 두시간 동안 말한 광주의 진실은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이제 시작이다. 역사의 심판과 함께 후세들에게 광주를 올바르게 가르쳐 주라는 것이다.

* 최윤환(참교육 학부모회 안동지회 정책실장)
*이 글은 참교육학부모회 안동지회에서 발행하는 학부모소식62호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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