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벨 -사진이란 무엇인가
좋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 사진이 왜 좋은지를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겪어본 사람들은 필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이때 만난 것이 최민식 선생의 『사진이란 무엇인가』가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나는 사진이 무엇이고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카메라나 사진 찍는 기술에 대한 욕구로 사진 책을 읽었다면 이때부터는 사진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서 책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 나의 이런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이 연재의 첫 책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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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선생은 1928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하면서, 1957년부터 오직 인간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어왔다. 선생은 《사진연감Photography Year Book》에서 '스타사진작가' 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대한사진문화상(1995), 백조사진문화상(1996), 동강사진상(2005) 등을 받았다. 사진집 《인간》 열두 권과 사진산문집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사진평론집
등을 출간했으며, 놀라운 열정으로 오늘도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며
글쓰기와 강연을 함께하고 있다.
1.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작가들은 항상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촉수를 뻗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이상사회를 꿈꾸며 또한 이를 위해 사진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성과 정의, 자유와 휴머니즘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은총이라 할 수 있다. 그 은총의 한가운데는 특히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리한다.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은 항상 자신들이 살았던 사회적, 시대적 문제를 치열히 고민해 왔다. 그들은 사진의 본질이 사회상황이나 시대정신과 분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창작의 고통을 감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역사에 남는 걸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리얼리즘 사진은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닌 ‘삶을 위한 사진’이다. 리얼리즘 사진에는 작가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리얼리즘 사진의 진실은 작가정신에서 나온다. 작가정신은 사진작가가 기록 대상 또는 사회현상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 리얼리즘 사진의 목적은 현실 반영을 통해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데 있다.
2. 어떻게 찍을 것인가
시각예술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라
사진에 가장 알맞은 주제란,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중심사상을 시각적으로 효과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사진은 시각예술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 주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야 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라
사진의 주제는 선명하고 강렬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진을 보는 순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 어느 나라든 사진의 주제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절대적 보편성이 사진의 표현수단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얼굴에 그 인물의 전부를 담아라
인물의 표정을 찍는 일은 쉽다. 그러나 무언가 메시지를 지닌 얼굴과 몸짓이 들어 있는 사진을 찍기는 힘들다. 훌륭한 인물사진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인물사진에 작가의 체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물사진 속에는 한 시대의 삶의 지표나 사상을 집약한 한 인간의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인물사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어야 한다.
결정적 순간으로 영원을 잡아라
스냅숏은 소형카메라로 피사체의 결정적인 장면을 순간적으로 찍는 사진기법이라 할 수 있다. 스냅숏 기법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결정적 장면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우선 셔터를 누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작가의 순간적인 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통해 피사체와 카메라(사진작가의 눈)가 하나가 될 때, 진정한 스냅사진이 나온다. 스냅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피사체 가까이에 다가가는 것을 꺼려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항상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어야 함을 말할 것도 없다.
3.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무엇인가
나의 다큐멘터리 사진
나는 꾸미거나 연출된 사진에는 흥미가 없다. 오직 직관으로 포착한 결정적 순간을 시각언어로 바꾸는 노력을 해왔다. 내 작품의 바탕에는 사진의 주제와 나 자신에 대한 경의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나는 5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휴먼 다큐멘트를 만들어왔다.
세상사와 세상 사람들을 관찰, 기록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목격하는 객관적 관찰자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매 순간과 상황을 연구해 사진 속에 세상의 이미지를 담는다. 이 산진들은 단순한 기록에 머무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분노, 기쁨, 슬픔, 좌절을 함께 담아 곧 역사가 된다.
세월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사진, 시대와 사회의 상징을 이미지로 간직한 사진
4. 내가 사랑한 작가
스티글리츠, 스트랜드, 잔더, 웨스턴, 랑어, 알퍼트, 리, 카르시, 발테르만츠, 애덤스, 스미스, 카파, 아이젠슈테트, 비쇼프, 할스만, 세이무어, 마이단스, 케셀, 에이브던, 맥컬리, 터너, 비더, 쿠델카, 살가도, 카르테에 브레송
5. 나의 사진 이야기
나의 사진에는 우리 현대사의 얼굴, 그 절망과 비극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감정으로 가득한 사진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인생은 짧고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그 짧은 인생은 순간순간 경이로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얼마나 알알이 소중한 시간인가. 기회는 단지 한 번 올 뿐이다. 지나가면 영원히 잡을 수 없다.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재능과 능력을 온전히 발휘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하다가 실패하는 쪽을 택하라. 지금 있는 위치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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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을 가끔 생각해 본다. 가난과 싸우면서도 세상에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감동을 사진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나는 사진에서 ‘생명’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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