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지도 - 가공식품 점차적 수제 조리법으로 전환

person 이종근
schedule 송고 : 2010-12-23 10:11

지난 12년동안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려고 결심했습니다.

도시락(단체급식)에서 가공식품을 배제하는 노력에 대한 것입니다. 주로 쓰이는 가공식품들은 축산물가공품의 유형에서 분쇄가공육제품류 등입니다.

저희가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롯데햄의 미트볼, 햄버거스테이크, 웰스토리(삼성에버랜드)의 떡갈비맛경단 등으로 약 5~6종에 해당됩니다.

월간식단표에서는 위의 제품들은 1회씩만 제공하려고 신경을 써서 구성했는데, 가공식품을 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월 1회로 줄이는 노력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는 일인데 그 이유는 학생들이 워낙 가공품 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 입맛을 전환하려는 저희 노력이 클레임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공식품의 표시내용을 보면 미트볼의 경우 돼지고기 54.11%, 쇠고기 12.02%, 양파, 대파, 빵가루, 옥수수전분, 정제소, 조직화대두단백, 당근, 불고기양념장, 난백액, 마늘, 함수결정포도당, 비프베이스분말, 정제소금, 백설탕, 향미증진제, 흑후추분말, 생강분말, 인산염(산도조절제) 등이 들어갑니다.

떡갈비맛경단에는 돼지고기 58.71%, 빵가루, 양파, 전분, 대두유, 떡갈비소스에이취, 간장, 정백당, 마늘, 파, 대두단백, 정제소금, 쇠고기분말엔, 산도조절제, 후추가루, 감초씨즈닝분말,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 코치닐추출색소, 허브믹스, 아질산나트륨(발색제) 등이 들어갑니다.

제 경험으로 학생들이 밥을 잘 먹었던 도시락은 육류가 포함된 도시락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길들여진 것이 조미료 맛이 아니라 육류의 맛이나 향을 느껴야지만 밥을 잘 먹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예외가 있었다면 콩나물밥, 해물콩나물찜 등이 있었고, 육류 중에서도 가공품보다도 돼지수육을 좋아했습니다.

제가 이 사업을 하면서 영양의 고른 섭취라는 저만의 목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편식하지 않고 야채를 고르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방법을 전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저희가 일이 많아지고 힘이 들어도 어머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조리를 해주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공식품을 직접 수제로 만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재료비 원가 측면에서는 직접 만드는 것이 20% 정도 싸게 들지만 인건비를 감안하면 20% 정도 비쌉니다.

저희도 쉽게 만들어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제 양심상 그러질 못하겠습니다. 내년 회사 홈페이지에 그날 그날의 도시락 메뉴와 사용된 식재료, 조리법을 게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리뉴얼도 다시 해야하고, 그 외의 여러가지 업무적 기능을 포함한 기획을 해야 합니다. 그때 차질이 없이 기획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려면 지금부터 그 컨텐츠(DB)를 준비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저희가 제공하는 제품의 투명성에 대하여 심각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읽은 일련의 책들이 제게 2000년에 느꼈던 것과 차원이 다른 압박감을 주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방관했던 것을 반성하는 것입니다. 이제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바른 것으로 고치는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그 틀이 탄탄하게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식품은 너무도 방대합니다. 요즘 친환경 채소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있었지만 그것의 유통이나 물량 공급 등에 대해서는 저도 이 분야에 있지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최근 채소값 폭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선호도가 높은 것, 정성이 깃든 도시락 등을 생각하면서 결정한 것이 제일 처음으로 가공식품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리스트는 우선 아래의 것들입니다.

1.햄버거스테이크 : 햄버거 전문점의 패티는 위의 가공식품과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고, 그들의 분쇄육이 과연 어느 부위의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원산지와 도축증명서를 확인한 고기로 햄버거스테이크를 만들 것입니다. 내일 학원 도시락으로 햄버거세트가 나가는데, 그것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180개 중 오늘 코팅팬에 성형해 놓은 것이 60개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120개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2. 돈육경단

3. 동그랑땡

4. 미트볼

5. 산적 등

그런데 이 제품들을 잘 분석해 보면 성분은 비슷하고 모양만 다른 제품들입니다. 저희는 모양과 소스를 다양하게 하고, 두부, 야채 등을 잘 배합하여 어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일전에 두부스테이크에 스파게티소스를 얹어 준 도시락에 대하여 아주 호평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두부스테이크와 스파게티소스가 잘 어울렸다는 것이고, 스파게티 소스가 미트소스여서 학생들의 입맛에 어울렸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스를 어떻게 개발하여 제공하느냐가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종근님은 도시락전문업체인 풍등연(http://www.풍등연.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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