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세미의 궁상일기 - 들장미 소녀 캔디

person 쑤세미
schedule 송고 : 2007-09-13 11:27
우리 세대의 로망, 캔디캔디

얼마 전 온라인에선 이런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이 캔디라면 테리우스와 안소니 중 누굴 택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테리우스가 65%로 압도적으로 선택되었다. 그러나 명 짧은 안소니를 택한 35% 여인네들은(꼭 여인네들만 선택한 건 아닐지도 몰라) 연애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결혼하기엔 테리우스가 적당하지 않다고 이구동성.(아니, 누가 결혼을 하랬나)

대부분은 긴 머리 휘날리는 멋진 테리우스의 모습에 반했다지만, 뭐 사실 캔디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의 얼굴은 눈이 약간 찢어진 이라이자와 그녀의 오빠 닐만 빼곤 머리모양만 바꾸면 다 똑같이 생겼다.


학창시절, 죽은 안소니가 사실은 미쳐서 지하실에 갇혀 지낸다는 번외편에 얽힌 괴담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외쳤다. 그래, 죽는 것보단 낫다. 미쳤더라도 살아만 있어다오. 그건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테리우스에 대한 우리의 절규였다. 여자들의 모성본능은 따뜻한 도련님보다 차가운 반항아에 더 끌리기 마련인가 보다. 한동안 대부분의 순정만화에는 금발의 다정한 남자의 구애를 물리치고 흑발의 차가운 남자를 택하는 여주인공의 선택이 대세였다. 순정만화의 작가들 역시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꽃미남에 열광하는 20~30대 여성들이 다수였으므로 그러했을 거라 짐작한다.


캔디는 둘리, 까치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캐릭터. <캔디캔디>라는 단행본 책자보다는 <들장미소녀 캔디>라는 TV애니메이션으로 그 명성을 더 떨쳤다. 1976년 현 아사히TV에서 방영된 후, MBC에서 방영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 시절 최고의 욕은 ‘이라이자’였으며, 이라이자의 머리는 고데기로만 가능한가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캔디의 양 갈래 묶은 머리를 풀어주고 싶은 팬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캔디의 머리는 양갈래였다.


캔디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는 따지고 보면 ‘나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안 울어’나 자기 다짐과 최면을 통한 슬픔을 잊고자 하는 행위일 터. 주제곡으로 이렇게 슬픈 음악이 흐르며 내내 활발한 캔디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니 그 또한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본 <캔디캔디> 속에 고아, 죽음, 배신, 사랑, 갈등이라는 소재가 모두 들어있으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며 깔깔대는 초등학생 조카 녀석에게 꿀밤 한대 먹이며 ‘니가 이걸 왜 보고 앉았냐’고 말할 개재도 아닌 듯하다.


별명은 타잔 주근깨. 특기는 나무타기와 간호. 캔디스 화이트 아드레이라는 풀네임이 어색하지 않은, 막판에 가서는 살짝 SBS 드라마틱한 출생의 비밀이 있는 우리 세대의 로망 <캔디 캔디>

그런데, 왜 알버트는 설문에 없는거야!

나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알버트를 선택하겠다구.


끝으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는 캔디.......참으면 홧병 돼.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대신 운다



쑤세미의 코멘트.

1. 코렐 드로우에 능숙한 분은 연락바람. 하루 날 잡아 스파르따~ 식으로 교육해주시면 후사하겠음. 여기서 후사의 후는 뒷날 후이지만 아주 먼 뒷날을 말함.

2. 오랫동안 캔디는 원작자와 만화가 사이의 저작권 분쟁으로 꽤나 시끄러웠는데 캔디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데 원작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되었고 법원은 원작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캔디 소설과 만화책은 원작자의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은 해적판이라고 한다. 원작자가 김희애가 캔디주제가를 부르는 보험CF를 보고 감동받아 주제가 사용허락을 해주었다는 일화도 있음.

3. 예전 ‘별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가 현대판 캔디라고 했는데 그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겠으나 얼추 비슷한 느낌이 듬. 캔디(최진실), 안소니(차인표)와 마당도 쓸 앞머리를 가진 테리우스(안재욱)가 있고 이라이자(조미령)와 닐(박철), 그리고 친구 애니(전도연)까지. 아마 백만년이 흘러도 이런 스토리는 먹힐 것임.


글/ 쑤세미

뒤늦게 휴가를 다녀옴. 홍대에 놀러갔다가 안보고 오면 섭섭할 거 같아 커피프린스에 살짝 들림. 친구는 직접 본 공유가 생각보다 간지가 좔좔 흐르지 않다하여 본인이 꼬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함. 무한리필 되는 홍합전문점에 들러 홍합을 초토화시킴. 최근 만화를 읽지 않는 이유로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약간 찔려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기억을 더듬어 옛 만화 위주로 쓰는 잔머리를 굴림. 원고독촉 문자를 받고 ‘지금 쓰는 중’이라는 거짓문자를 보낸 뒤 500타 이상의 놀라운 타자속도를 뽐냄.......진짜 이러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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