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김C의 색즉시공 - 유감스러운 가을음악회

person 바람난김C
schedule 송고 : 2010-11-24 11:13

10월의 마지막 날은 사람들에게 뭔가 가을을 떠나보내는 듯한 애뜻함이 배어 있다. 이용의 '잊혀진계절'이란 노래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그런 날이고 어쩌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어쩌면 소중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밤을 함께 보내는 로맨틱한 날.. 아이들과 편한 마음으로 '안동시민과 함께하는 가을음악회'를 찾았다.

'한국여성문화인포럼' 회장의 인사말이 시작될 때 담담하게 경청했었고 안동시장이 인사말을 할때 그냥  인사말 없이 소개만 하고 지나치면 좋을 텐데 싶었는데 이젠 도청에 높으신 양반과 국회의원까지 인사말을 한다.

울컥함이 내 속에서 뻗치기 시작한다.  아~ 내가 왜 진작에 이 공연의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왔을까 ㅜㅜ 아이들은 이미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을 베베꼬기 시작한다.  아빠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내 자신에겐 화가 났다. 

공연이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날의 공연은 공연이 아니었다.  행사만 되면 늘 나타나는 귀빈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누구누구가 참석하여 자리가 더 빛난다는 식상한말들을 쏟아내는 단상의 귀한 양반들.  서로 칭찬해주기 바쁘지 관객은 안중에도 없다.
예술의전당이 만들어져서 안동문화의 격이 높아졌단다.  외국대사들이 참석하여 자리가 빛난단다.
샌님들~~ 안동문화의 격은 실제 문화에 예산을 얼마나 투입해주고 활성화시켜주느냐가 격을 올리지 번듯한 건물 지어놓고 알맹이 빼고 님들끼리 자랑한다고 격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자화자찬까지는 좋은데 그런 음악회라면 입장료를 받지 말아야하지  티켓을 이리팔고 저리팔고 현장에서도 팔고하여 음악 자체를 즐기러 들어간 관객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귀빈들이 인사말 하는 동안 조금 늦게 도착한 관객은 인사말이 끝날때까지 입장도 시키지 않고 통제를 하고 있던데 우리가 그렇게 까지 집중해서 들어야할 내용들인가?   본 공연이라면 당연히 출입문이 통제될 수 있으나 입에 발린 말을 듣기 위해 문이 통제되어야 하는가?

팜플렛이나 포스터 어디에도 누구누구가 참석하고 인사말을 한다는 내용은 없다.  당연히 주최자의 간단한 인사정도 더한다면 시장의 인사말 정도이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찾은 우리의 잘못인지를 묻고 싶다. 무료공연인 경우 후원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당근 인사말을 들어주는 것 또한 관객의 예의이듯이 유료라면 자기들끼리 칭찬하고 얼굴세우는 짓거리는 이제 좀 그만 했으면 한다. 만약 관람료로 불가능하여 후원이 필요한 경우라도 포스터에 명기를 해야할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찾은 관객은 뭐가 되겠는가.

비보이들 현란함과 랩퍼들이 쏟아내는 음악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을 때론 조용한 음악 때론 고풍스런 고전음악도 좋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 정말 조심해야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의 첫 번째 만남이 교장선생님의 연설 같은 걸로 20여분을 채워버린다면 다시는 아이들을 데리고 찾기가 어려워진다.  협박과 회유를 해야 겨우 따라올 것이고 부모의 강압에 아이들에게 전해질 음악은 이미 일그러져 들어갈 수도 있다. 공연자들에게도 자신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주요 인사들께서는 방해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1부가 끝나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하는 내가 한없이 후회스러운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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