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김C의 색즉시공 - 로즈마리

person 바람난김C
schedule 송고 : 2010-09-01 14:58

 

로 즈 마 리 

사춘기가 뭔지도 모르고 자라던 한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자신에게 밀린 뒷늦은 인생 숙제에 여념이 없어 '여자'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언제쯤인가 목표한 고지를 위해 1차 베이스캠프를 차렸을 즈음에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사람사는 세상풍경속으로 불쑥 들어간 소년의 첫 걸음에 바로 눈에 띈 동갑내기 그녀는 마치 우거진 소나무아래에서 느껴진 솔향기 같았다.
그래서인지 소년은 아직도 솔잎향 첨가물이 든 음료수를 좋아한다.

 가슴 설레임도 떨림도 울렁임도 경험하지 못한 소년은 그 향에 취해 솔 가지 하나를 툭 부러뜨리고 만다.  그냥 좋아서 멋모르고 부러뜨린 솔가지 하나 일 뿐이었는데 더 이상 나무는 상쾌한 향을 뿜어주지 않게된다.

며칠동안 비가 추적이는 이런 날이면 소년은 지난 추억의 서랍을 하나씩 열어 추억의 시공간속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추억의 서랍은 하나씩 마다의 특징이 있다.  소년으로 돌아갔을때만 열 수 있는 것, 청년기에 들어갔을때 열 수 있는 것, 그리고 함부로 열어서는 안되는 서랍까지..
20여년전 소년의 서랍에 고이 접혀있던 추억의 사연들이 펼쳐지고 거기서 떨어진 씨앗사연들이 요즘 싹을 한창 피우고 있다.

소년의 시각이 아닌 세상을 좀 알것같은 나이에서 자라는 싹을 보니 그때의 솔향 깊은 소나무는 소나무가 아니었고 꺾었던 가지는 가지가 아니라 잎이었다.  로즈마리 잎..
소년이었을때 진작에 알았더라면 손으로 잎을 스쳐 흩날리는 로즈마리 향을 맡았을텐데 내가 바보였었나하고 머리를 긁적여 보지만 어쩌겠는가.

 로즈마리향 풍기는 여자가 남자를 가끔씩 찾았을때 남잔 외면하였다.  가야할 베이스캠프가 몇개 더 있었고 여자라는 단어 보다 아내라는 단어가 더 위안이었고 힘이었으니까..
캠프를 하나씩 올라설때마다 고되고 험난하여 옆길로 돌아가기도 하고 메달리기도 하면서 세월은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로 접어들어 인생의 쓰고 단 맛을 알때쯤 로즈마리향 여자 아니 로즈마리 소녀가 다시 한번 소년을 찾아주었다.

목표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캠프에서 그저 놀기만 하던 남자에게 "뭐해!"라며 불쑥 찾아온 그녀에게 소년은 이렇게 대답한다 ^^
가끔 찾았을때 뭐했냐고 따지지만 소년은 궁색한 변명거리밖에 없다.  솔직히 잡는 방법도 잡을 방안도 기다릴 줄도 몰랐던 바보였어라고 말하기는 싫었다.
아직도 난 내 자신에게 우기고 있다.  내 첫사랑은 아내였었다고..

그런데 왜 슬프지?  비가 와서 그럴거야^^

 
로즈마리는 햇빛과 공기와 관심이 필요하단다.  그래야 향이 더 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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