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속이야기 - 천등산 천등굴 이야기
1. 이야기가 전하는 곳?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
2. 전하는 이야기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태장2리에 있는 천등산은 해발 575.5m로 예전에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신라 문무왕 12년에 능인대사가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중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天燈山)”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天燈窟)”이라 하였습니다.
이 산에는 봉정사란 사찰이 있는데 능인대덕이 수도를 한 후 종이로 봉을 만들어서 날렸더니 학가산을 거쳐 봉정사 자리에 앉기에 그 곳에 봉이 머물렀다고 하여 봉정사라고 했다고 합니다. 절 뒷산에는 거무스름한 바위가 산정을 누르고 앉아 있는데 그 바위 밑에 천등굴이 있습니다. 봉정사에는 국보 15호인 극락전을 비롯하여 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산재해 있으며 안동시민은 물론 국내외의 관광객들이 수없이 찾아드는 절입니다.
천등굴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능인대사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법문에 정진하기 위하여 대망산 바위굴에서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잊고, 하루에 한 끼 생식을 하며 도를 닦고 있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휘몰아치는 겨울에도 나무아미타불,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에도 땀을 씻을 겨를도 없이 나무아미타불, 마음과 몸을 나른히 풀어지게 하는 아지랑이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봄에도 나무아미타불, 낙엽이 지는 가을에도 나무아미타불 뿐이었습니다.
괴괴한 산속의 무서움과 고독 같은 것은 이랑 곳 없었습니다. 이렇게 10년을 줄곧 도를 닦기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밤 홀연히 아름다운 한 여인이 앞에 나타나
"여보세요. 낭군님?"
옥을 굴리듯 낭랑한 목소리로 그를 불렸습니다. 미처 능인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보드라운 손길이 능인의 손을 살며시 잡는 것이 아닌가! 능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천하에 절색이라! 고운 살결에 반듯한 이마와 까만 눈동자, 오뚝한 콧날, 거기에는 지혜와 정열이 샘솟는 것 같아 진정 젊은 능인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낭군님!"하며 다시 한 번 맑은 소리로 그를 불렸습니다.
"소녀는 낭군님의 지고하신 덕을 사모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낭군님과 함께 살아간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낭군님을 모시고 지내게 하여 주옵소서."하는데 여인의 음성은 간결하면서도 가슴을 흔드는 이상한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능인은 준엄하게 여인을 꾸짖었습니다.
"나는 안일을 원하지 않으며 오직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공력을 사모할 뿐 세속의 어떤 기쁨도 바라지 않는다. 썩 물러나 네 집으로 돌아가거라!"고 하는 꾸중 소리에 온 산천이 울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계속 유혹을 하며 쉽게 돌아가지 않았고, 능인도 끝내 거절하며 오히려 여인에게 깨달음을 주어 돌아가게 했습니다.
여인이 돌아서자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더니 여인을 사뿐히 들어 하늘로 올리자 여인은
"대사는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나는 천상 옥황상제의 명으로 당신의 뜻을 시험코자 왔습니다. 이제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사오니 부디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비옵니다."하며 여인이 사라지자 그곳에서 산뜻한 기운이 내려오더니 굴 주변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그 때 하늘에서 또 다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 "대사 아직도 수도를 많이 해야 할 텐데 굴이 너무 어둡습니다. 옥황상제께서 하늘의 등불을 보내드리오니 부디 그 불빛으로 더욱 깊은 도를 닦으시길 바라나이다."고 하자 바로 그 바위 위에 커다란 등이 내려와 어둠을 쫓고 대낮같이 굴 안을 밝혀주었습니다.
능인은 그 환한 빛의 도움을 받아 더욱 열심히 수련하여 드디어 득도하고, 위대한 스님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등의 덕택으로 수도하였다고 해서 그 굴은 천등굴, 대망산을 천등산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 이 이야기는 안동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에서 전승되고 있습니다.
※ 박장영님은 현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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