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장 보리밥 골목....

person 김창호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9-06 18:20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음식...

70년대 국민학교 시절에는 보리혼식을 권장해서 점심시간이면 학교에서 도시락 검사를 하곤 했습니다.

행여나 어머니께서 바쁘셔서 하얀 이밥만 도시락에 싸온 날에는 점심시간에 선생님께 꾸중이라도 들을까 하루 종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아주 무섭게 혼을 내셨습니다.

목이 메어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저는 괜히 어머니께 화풀이합니다.

"엄마 때문에 또 혼났잖아. 내일은 꼭 보리쌀 섞어서 도시락 싸줘"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는  참 보리밥이 먹기 싫었습니다.

까실까실 느낌이 별로였죠.

하지만 그때의 어머니 나이만큼 훌쩍 커버린 지금 보리밥이 왠지 그립습니다.

아니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때아닌 가을비가 장마처럼 내릴 즈음 안동 구시장 보리밥 골목을 가봅니다.

안동에 살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나도록 이 골목에는 두번인가 다녀간 기억이 납니다.

매캐한 연탄난로 위에서 구워지는 꽁치 연기로 가득했는데....

오늘 가보고 나서 두번 놀라게 됩니다.

2006년3월29일 현대식 건물로 재정비된 식당가와 그식당의 절반이 폐업중이라는 사실!

재정비를 하면서 보상을 받지 못한 일부 상인들은 인근 김천, 구미로 이주해 버리고 그나마

4곳이 현재 식당자리로 옮겨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장사가 잘 된다는 입소문만 믿고 덜컥 개업을 했다가 폐업을 한곳도 여러 곳입니다.

점점 장사가 되지 않자 인근에는 1,500원짜리 보리밥 식당도 생겨납니다만 그 역시 경영이 어려운가 봅니다.

 

식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면서 하신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귓전에 맴도네요.

'건물이 새로 생겨서 나는 좋아! 예전에는 에어컨도, 온풍기도 못 들여 놨는데 지금은 마음대로 틀 수 도 있고, 깨끗해서 그런지 지금은 국회의원, 장관도 많이 와!'

하지만 저는 왠지 잘 지어진 현대식 건물과 보리밥은 참 안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냥 예전에 연탄 가스 자욱한 그런 자리에서 먹던 보리밥이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이기적이고 감성적인 생각일런지요!

혹시 경기가 안 좋은것 보다 옛날 그때가 다들 그리운건 아닐런지요!

그래서 손님이 줄어든건 아닐런지요!

 

식당 한켠에 있던 시조나 한수 읊고 갑니다.

구시장 보리밥집

질퍽한 보리밥에 나물섞고 된장 부어

허기진 배 달래며 썩썩 비벼 한술 뜨니

깨소금 밥 비벼주던 우리어메 보고십니데이

 

값싸다고 허름해도 북적대는 남녀노소

안동 인심 맛볼려면 이집 꽁치 먹어보소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우리몸엔 보리밥이씨데이...

 식사와 함께 나온 숭늉

 

 

 

 

 

 

 

 

 

 

 

*이 글을 쓴 김창호님은 안동에서 도연요를 운영하면서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직업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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