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무덤에 얽힌 이야기
마흔해 쑥대머리
총각으로 살다가
분내 고운 곱사등이 처녀에게 장가간
삼봉이,
등 굽은 내림
울음 잃은 핏덩이.
고운 황토 마다고
칼 돌 덮고 돌아선 아비
다음 생 너는 아비 나는 자식으로 살자.
칼바람
헤집고 도는
눈 내리는 등성이.
밟지 마.
밟지 마.
그곳만은 밟지 마.
펑펑 울다 지친 乳腺유선 애기 입으로 흐른다.
아비 눈
돌이 되다 만
마른 초유 걸렸다.
(졸저 애기무덤 전문)
내 사랑 투(Tu), 그리운 당신에게
내 유년의 기억 속에는 마당 넓은 초가집을 두고 다 자란 키 큰 미루나무집이 살아있습니다.
흙으로 쌓아올린 담장 한 귀퉁이가 모진 비에 무너져 내리면서 마당이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버린 마당 넓은 집이 있었죠.
무너진 울타리에 어느 날 미루나무 씨앗이 날아와 앉더니 쑥쑥 자라 키 작은 아이들보다 높이 자라 아이들의 놀이터 술래 기둥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하던 참 참하던 나무였죠.
원래 마당 넓은 집은 하천 부지였습니다.
해방이 되고 만주에서 돌아온 아이 할아버지가 고향 하천 부지에다 집을 짓고 살면서 마당 한 켠에는 늙은 감나무가 세 들어 살았고 키 큰 닭장도 입주해 있었습니다.
예순의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열 뙈기도 넘는 다락 밭의 둑을 내려 하나로 묶는 일에 열중하셨습니다.
목수일을 하는 아버지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며 너른 마당에 벽돌공장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놀던 흙 고운 마당은 시멘트 콘크리트가 깔렸고, 잘 찍어둔 벽돌이 가득 마당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강변이나 앞산자락으로 옮겨졌고 오래지 않아 아버지의 무허가 벽돌공장은 샘 많은 이웃의 신고로 문을 닫아야 했죠.
시멘트 블록이 있던 자리에는 세 칸짜리 벽돌집이 지어졌고 아이가 살던 집도 초가집을 허물고 시멘트 불록 집으로 새로 지어졌습니다.
세 칸짜리 띠 집에는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가던 이웃집 총각이 분내 고운 곱사등이 처녀를 아낙으로 맞이하면서 신접살림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알콩달콩 참 예쁘게 살던 이웃에게 경사가 생겼습니다. 곱사등이 분내 고운 새댁이 아이를 가졌습니다. 온 동네가 내일마냥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었죠.
그러나 달이 차서 낳은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죠.
온 동네가 침묵에 잠기던 날 아이는 앞산자락에 칼 돌을 무덤을 삼아 하늘로 올랐습니다. 며칠을 농주만 마시며 울던 아이 아빠는 어느 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곱사등이 아내와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이사를 떠났습니다.
애기 무덤이 있는 앞 산자락에서 전쟁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아이가 혼자 외로울까 무덤 옆에서 ‘와~ 와~’ 소리를 지르며 놀았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아이들이 모두 떠나간 아이는 홀로 울고 있을 테죠?
임하댐으로 지금 민섬(호수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섬)이 되어 더욱 외로울 애기무덤 속 아이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가슴에 아이를 묻은 아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오늘은 유년의 내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 울음소리가 이명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배옥 자유기고가,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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