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와 나비부인

person 배옥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7-02 17:52

친애하는 투(Tu)양~

내가 왜 당신을 투(Tu)로 부르는지 아십니까?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그 무대가 되는 곳이 일본입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미국의 해군사관 핑카튼과 집안이 몰락하여 기녀(妓女)가 된 15세의 나비아가씨의 결혼과, 이별, 자살로 이어지는 이 오페라의 무대는 일본입니다.

중국이 무대가 되는 오페라도 있었죠. 역시 푸치니가 그려낸 신화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투란도트는 신화시대의 중국의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공주가 자신과 결혼하는 조건으로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죠.

그 배경에는 옛날 자신의 나라 궁궐로 쳐들어온 외국 군대가 자신의 조상 중에 한 공주를 능욕하고 죽인 사실을 알고, 공주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함이었죠.

자신에게 구혼한 외국의 왕족들에게 풀기 어려운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었죠. 그 결과 참 많은 외국의 왕자와 젊은이들이 죽어갔죠.

주인공 갈라프는 공주가 사는 왕국에 의해 망해버린 어느 소국의 왕자, 이젠 떠돌이가 되어 투란도트의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미모에 반해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사면서 오페라는 본격적으로 전개되죠.

공주의 세 가지 질문 중에 첫 번째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개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 그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 이 것,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일본이 무대가 된 나비부인과 중국이 무대가 되는 투란도트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것이 왜 우리나라를 소재로 만들어진 오페라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죠. (물론 우리나라에서 창작된 오페라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인 해방 후 우리나라 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 위주가 대부분이었죠.) 아마 푸치니는 살아생전 우리나라를 알지 못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우리보다 미리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뒤늦게 문을 열어 우리나라를 알기도 전이었을 것이며, 푸치니가 활약하던 시기는 우리나라가 일제에 지배받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거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용과 자꾸 동떨어지는 관계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또 짧은 제 한계를 드러내게 됨으로 이하 략)

제가 왜 투(Tu)라 부를까요? 예 짐작하신 것과 같이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물론 당신은 제게 세 가지씩이나 되는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으며 당신과 투란도트의 이미지와는 유사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주인공 갈라프가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해 목숨을 걸고 사랑하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에게 그렇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물론 제 희망입니다.

투란도트가 낸 갈라프에 낸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짐작하셨던 것과 같이 “희망”입니다.

투란도트와 첫 번째 질문, 그냥 옆에만 서 있겠습니다. 이것은 온전한 제 ‘희망’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제게 투(Tu)입니다.

매주 화요일을 원고 마감일이라고 정해두고 편지를 쓰니 이것도 빚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오늘은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어차피 이 글을 당신에게 전달하지도 못할 것이며, 당신 이름을 말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편지 형식을 빌려 토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모른 척, 아닌 척, 장난인척 하며 지내겠죠.

참 지난번 어느 분이 시조시인이라면 시조 한 편 볼 수 있겠냐? 하셨죠. 졸저 한 편 올립니다. 물론 투(Tu)와 관련한 글이죠.

비상(飛翔)

1.

자동차 위로

추락한 꽃받침

생애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놓아버린 기억, 꽃술이 촉수가 되어 말을 걸어온다 꽃술 끝에 매달린 화분(花粉)이 미처 말하지 못한 단어가 되어 흔들린다 그녀에게 건넨 모든 말도 꽃받침만 남아 눈물샘 같이 말라가지는 않았을까?

바람이

일자 날아오르는

무수한 수식어와

생각들

 2.

그녀에게 건넨 말이

화석(化石)이 되어 굳어간다

정물(靜物)의 몸을 버리고 점점이 나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혹 새가 되어 선회하듯 맴돌다 사라진다 떨어져 나간 대화는 쌓여 있기를 거부한다 그녀와 나눈 모든 언어가 머릿속만 헝클어 놓고, 돌아와 몸뚱이에 박혀버리진 않았을까?

일제히

피를 토하며

꽃받침이

건넨 안녕.


2007. 7. 3 배 옥

*배옥 자유기고가,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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