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투에게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주인공인 듯 한 이가 죽자 고향마을로 돌아오게 되는데, 고향마을엔 이미 먼저 죽은 자들이 살아있을 때처럼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마 60, 70년대 우리 농촌 풍경 같기도 한 이 영화의 끝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가슴에 남아 웁니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말에는 말입니다. 아마 나도 임하댐으로 고향을 잃고 그 언저리에서 늘 수장된 고향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농촌에도 맨
2007-09-15
배옥의 고향편지 (16건)
친애하는 투(TU) 머리를 감고 말리면서 앞머리가 눈을 가려 정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멀리를 자를 때가 되었나 싶어 옆머리를 보니 아직 옆머리가 귀를 덮지 않아 당분간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되겠다! 여겼죠. 머리가 유난히 커 보이는 큰 아이는 머리카락마저 밤송이마냥 솟구치며 자라 그야말로 헬멧을 덮어쓴 것 같죠. 조금만 자라도 머리가 길어 보이고 정리가 안돼 보이는 아이는 두주에 한번 쫓기듯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 나옵니다. 그렇게라도 자르지 않으며 밤송이 같은 머리에 찔려 피가 날 것 같은 두
2007-09-03
제 비 일여덟 달 같이 살면 식구가 될 꺼야 한 지붕 이고 자식 낳고 살아가니 가족이지 때 되면 훌쩍 떠났다 원망일랑 않겠지 이듬해 잊지 않고 돌아 와줘 고마워 훤하게 아랫대로 이어진 정이야 무시로 재재 거리는 텃새와는 다르지 둥그런 처마 없는 집이라서 떠났니 해 가면 오겠지, 오지 않는 식구들 갈대밭 몸 풀고 누운 내 집 오던 그 애니 졸저. 제비 전문 친애하는 투(Tu)에게 몇 해 전 남도 쪽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마을을 사이에 두고 넓은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죠. 낮부터 마신 술에 불콰한 얼굴
2007-08-20
친애하는 투(Tu)에게 새벽밥을 지어 드시고 포장이 되지 않은 산길을 쉬지 않고 걸어도 한낮이 되어야 진보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막내 여동생을 등에 업고 머리엔 커다란 소쿠리를 지고 어머님은 그렇게 구절양장 가랫재를 넘어 팍팍한 산길을 돌아 진보장까지 30여리 길을 쉬지 않고 걸어 다니셨습니다. 뻘건 먼지를 피우며 힘겹게 고개를 넘는 버스를 타면 30분도 되지 않는 거리를 어머님은 몇 푼의 차비를 아끼기 위해 내내 걸어 다니셨습니다. 막내 여동생은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어머님 등에서 발버둥을 쳤답니다
2007-08-13
일곱 살 유년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 문밖에서 서성이며 두꺼비를 부른다 “두꺼바 두꺼바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꺼바” 까막고무신 아이들 세상을 배우는 동안 눈 먼 꿈 삼키며 덩치만 키운 아이 두꺼비 버린 둥지에 저 홀로 서있다 서른 해 훌쩍 지나 아이의 모래밭 칠월의 바다만큼 시려만 오는데 간극을 좁히지 못한 기억하나 울고 있다 (졸저 일곱 살 아이 전문) 친애하는 투양~ 마당에서 멀리 않은 곳에 맑은 샛강이 흘렀죠. 아니 마을을 두고 동쪽에서 흘러온 샛강이 서북에서 내려온 샛강과 합류하면서 마을을 따뜻하게 안고 돌아가는 흔한 농
2007-08-06
마흔해 쑥대머리 총각으로 살다가 분내 고운 곱사등이 처녀에게 장가간 삼봉이, 등 굽은 내림 울음 잃은 핏덩이. 고운 황토 마다고 칼 돌 덮고 돌아선 아비 다음 생 너는 아비 나는 자식으로 살자. 칼바람 헤집고 도는 눈 내리는 등성이. 밟지 마. 밟지 마. 그곳만은 밟지 마. 펑펑 울다 지친 乳腺유선 애기 입으로 흐른다. 아비 눈 돌이 되다 만 마른 초유 걸렸다. (졸저 애기무덤 전문) 내 사랑 투(Tu), 그리운 당신에게 내 유년의 기억 속에는 마당 넓은 초가집을 두고 다 자란 키 큰 미루나무집이 살아있습니다. 흙으로 쌓아올린 담장
2007-07-31
친애하는 투(Tu)에게 스물 몇 살,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식을 몇 일 앞두고 방위 소집장을 받았습니다. 졸업식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나 봅니다. 괜히 전부터 알고 지내던 총학생회장 방에 쳐들어가서 기어이 한 대 후려갈기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죠. 친하지 않더라고 알고 지내던 터라 한 대 맞은 놈이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에 소집장을 던져두고 나왔습니다. 총학생회에서 학교 측과 협의해 졸업식을 잡은 것이 하필이면 소집되고 이틀 후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방위생활은 17개월(대학때 군 체험이 가
2007-07-24
친애하는 투(Tu) 어느 시대인지 모르지만 중국의 어느 나라에 두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조씨라는 아내가 있었죠. 이 여인은 해마다 단오가 되면 자귀나무의 꽃잎을 따다 말려 남편의 베갯속에 넣었다는 군요. 그 덕인지 남편은 늘 밝고 쾌활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어쩌나 남편이 우울한 기색이라도 보이면 베갯속에의 자귀나무 꽃을 꺼내다 술에 타 남편에게 주면 남편의 얼굴은 금세 밝아지곤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부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이 꽃을 말렸다가 술에 타서 먹게 되면 관계가 다시 좋아진다고 믿
2007-07-16
여러 해 함께 산 장미를 걷어냈다 빨간 물감 지운 자리 새순이라도 보여줄까 능소화 파란 서슬이 가시 되어 따갑다 (졸저, 능소화) 친애하는 투(Tu)에게 능소화라는 꽃이 있습니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는 이 꽃은 중국이 원산지로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이 기억납니다. 옛날 어느 대신 집에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정혼자가 있었죠. 어느 날 대신은 역적으로 몰려 귀향살이를 가게 되었지요. 이때
2007-07-07
친애하는 투(Tu)양~ 내가 왜 당신을 투(Tu)로 부르는지 아십니까?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그 무대가 되는 곳이 일본입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미국의 해군사관 핑카튼과 집안이 몰락하여 기녀(妓女)가 된 15세의 나비아가씨의 결혼과, 이별, 자살로 이어지는 이 오페라의 무대는 일본입니다. 중국이 무대가 되는 오페라도 있었죠. 역시 푸치니가 그려낸 신화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투란도트는 신화시대의 중국의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공주가 자신과 결혼하는 조건으로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죠. 그 배경에
200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