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사노라면 (82건)

안동에 사노라면 - 병산식당
어떤 물건을 사거나 어떤 음식을 먹은 후 기대한 금액보다 싸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터무니없이 싸면 품질을 의심하게 되거나 품질과 무관한 경우는 파는 사람을 걱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회곡 양조장에서 막걸리 한 병을 셋이서 나눠 마시고(안주는 왕소금) 계산을 할 때 일행 중 한 사람이 천 원짜리 지폐를 주니 주인 할머니가 300원을 내어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양조장 홍보 효과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엄연한 식당에서 막걸리 두 병을 마시고 기본안주까지 제공받았는데 3천원에 계산을 마
2009-09-17

파차수차송고거(車去車來車復來 노을고개님의 댓글)
破車受車送古車, 가로수를 들이 받아 폐차를 시켰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누가 낡은 차를 한 대 주었다. 나는 답례로 오래 끌던 자전거 한 대를 보냈다. 그가 얼마 전에 자전거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마침 내게 자전거가 두 대 있어서 그에게 한 대 준 것이었다. 말로 받고 되로 갚은 셈이다. 우격다짐으로 한시 형식을 빌려 쓰고 해석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한시의 형식과 내용, 문법과는 상관없는 희문(戱文)이다. 이 글은 나에게 중고차를 준 전 차주인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차운해서 쓴다. 조금만 인용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2009-09-10

독감의 한가운데
직장에서 감염관리실장 직책을 맡고 있다. 법으로 병원에는 감염대책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두게 되어있는데 대학병원에서는 대개 감염내과 전문의가 감염관리실장을 맡지만 아직 감염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내가 맡고 있는 것이다. 감염관리실장이라고 해봐야 실무자들은 달리 있고 가끔 결재 서류를 들고 오면 사인을 하고, 몇 마디 묻고 의견을 말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었다. 신종 독감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망자가 생겨난 후 신종 독감은 전국적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 금요일엔 새로운 지침이 전국의 의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전까지는
2009-09-03

김대중 전대통령을 보내드리며
지난 일요일 오전, 뒤늦게 김대중 전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다. 짧지 않은 조문 기간이었지만 매일 일정에 쫓기다 국장이 있는 날에야 분향소를 찾게 된 것이다. 두어 명의 낯선 얼굴들과 경찰 1명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고 돌아 나오며 이날이 대통령의 분향소에 조문을 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 3,4학년쯤으로 기억된다. 집 근처의 번데기 공장 벽에 붙어있던 대통령선거 벽보에서 봤다. 선거 벽보를 유심히 본 것은 이 때가 처음으로 기억된다. 당명은 신민
2009-08-27

히로시마
8월 2일, 엉겁결에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원폭투하지)을 방문하게 되었다. 직장의 CEO를 포함한 네 사람이 1박2일의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금요일 출발해서 토요일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휴가를 내지 않고도 1박을 더 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혼자 남아 1박을 더 하게 되었다. 교토, 오사카 일대는 네 번 정도 갔으니 다른 곳을 택해야 했다. 토요일 오후 일행과 떨어져 일요일 12시 50분에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오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히로시마로 갔다. 원래의 계획은 평화공원과 미야지마란 섬을 보는 것이었지만 히로시마에 도착해서 숙소
2009-08-20

車去車來車復來
아주 쉬운 한자로 된 제목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지 않고는 제목의 한자를 읽거나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두 가지 발음으로 읽히는 한자가 두 자로 모두 네 번이 나온다. 사전정보 없이 이 한자들을 모두 정확하게 읽을 확률은 16분의 1이다. 올해 내 탈것들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다. 5월 10일 전후해서 시내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시에서 만들어둔 자전거 주차 시설에 주차를 해두고 두 시간 정도 일을 보고 오니 자전거가 없어졌다. 자전거는 쉽게 도둑맞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남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산 지
2009-08-13

홍기문 조선문화론 선집
간혹 책을 선물로 주거나 보라고 빌려주는 분들이 있다. 그런 책들은 주거나 빌려주는 분들의 입장에서 대개 내가 그 책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통해 주거나 빌려주는 분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한문 선생님이 보라고 빌려준 책인데 아마도 내가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는 것을 알고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을 가진 저자의 책을 소개한 것으로 짐작된다. 일단 저자에게 관심이 갔다. 대산(袋山) 홍기문(洪起文)은 벽초(碧初) 홍명희(洪命憙)의 큰아들이다. ‘정음발달
2009-08-06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책의 이력에서 보듯이 2006년에 30주년 기념판이 나왔으니 1997년에 처음 출판된 책이다. 현대의 생명과학계에서는 3년 전의 지식은 벌써 낡은 지식이다. 이런 생명과학계에서 30년도 넘은 책이 아직 팔린다면 대단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1993년에 초판 1쇄가 나온 후 개정판을 포함해 많은 인쇄 기록을 남기고 2006년 11월에 30주년 기념판을 찍었고, 2008년 11월에 14쇄로 이 책이 인쇄되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 정도는 아니라도 대단한 역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과학의 대중적 이해
2009-07-30

능소화 붉은 집(시집)
지난주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시집 한 권이 놓여져 있었다. ‘능소화 붉은 집’이라는 제목에 ‘권세홍시집’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표지를 넘기니 ‘아, 벌써 나왔네.’ 어떤 제목으로 나올지는 몰랐지만 이 시집이 곧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표지를 넘기니 ‘OOO兄께’라고 저자의 증정 표시가 되어있었다. 책을 증정할 땐 후배에게도 형이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표제시를 보자. 능소화 붉은 집 낯선 골목에서 만난 한 때 살았던 것 같은 그 집 원이엄마 편지 행간을 물들인 능소화 붉은 꽃그늘처럼 서까래나 아자문살에 경어체 옛말이
2009-07-23

화분 부자
대학 시절 어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부부는 젊은 시절에는 애인, 중년에는 친구, 노년에는 간호사가 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는 말씀이다. 요즘 나도 아내와의 사이를 친구라고 하는 것이 좋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물론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호르몬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 남성 호르몬이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성 호르몬이 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에게도 여성 호르몬이 있고, 여자에게도 남성 호르몬이 있지만, 남자에게는 남성 호르몬이, 여자에게는 여성호르몬이 주된 역할을 함으로써 각각의 성적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