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왕 송이" 를 맛본다!

person 케로
schedule 송고 : 2009-01-20 16:50

새해가 시작한지 3주가 지났는데, 저는 아직 “正月?”(쇼가츠보케: 설 연휴동안 너무나 편하게 집에서 지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것)로 힘이 잘 안 나요. 새해 결심을 한지 얼마 안됐는데 말이죠. 한국에서는 특히나 구정이야말로 큰 명절이기 때문에 명절 전에 지금은 가장 바쁜 시간인데, 귀국하자마자 출근해서 그러는지 저는 아직 힘없이 어벌쩡하게 근무하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에게는 눈에 가시겠죠...

아직 귀국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13일, 아는 사람한테서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아주 기쁜 권유가 왔어요. 저는 일본에서 일식 밖에 먹지 못 해서 한식을 먹고 싶었던 참이라 바로 가겠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퇴근할 때까지 메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기분이 신나서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도 가벼워졌어요.

6시에 퇴근 준비를 시작해서 30분쯤에 만났는데, 바로 단양으로 이동을 한다고 하셔서 좀 놀랐네요. “단양?!” 저는 문경이나 의성, 영양까지도 다녀왔지만 단양은 경북 중에서 한번 도 다녀본 적이 없었어요. “단양에는 뭔가 맛있는 것이 있는 건가”라는 기대감을 갖고 단양으로 출발했어요.

단양에 가는 차에서는 예전에 업무적으로 같이 간 일본여행 이야기, 가족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단양까지 어떻게 왔는지 몰랐어요.

단양에 도착해서 군청을 지나 5분정도 간 곳에 큰 식당이 있었어요. 단양에서는 유명한 송이버섯집이라고 소개를 하셔서 참 놀랐어요. 작년에는 송이버섯이 수확이 잘 안돼서 송이버섯수확체험 투어도 대부분이 취소된 정도였다고 들었고, 시장에서도 송이버섯을 전혀 못 봤었는데 말이죠, 어떻게 송이버섯을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식당 안에 들어가니까 그 향기로운 송이버섯의 향기가 떠다니는 거예요. 진짜 송이버섯전문점이 맞는 것 같다!!! 정말 이 시기에 송이버섯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인가??? 가슴은 두근두근 거리고 어떤 버섯음식이 나오는 걸까라는 긴장감, 기대감과 더불어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왜 제가 이렇게 흥분하며 긴장까지 하는지 이해 못하실 거예요. 원래 일본에서도 송이버섯이 수확은 되지만 해가 갈수록 수확량이 줄여들고, 현재 대부분 북한, 중국산 등 수입품에 의지하고 있어서 국산은 최고급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사람들은 먹기 힘든 정도죠. 송이버섯은 일본에서는 최고급음식이며, 200g에 20만원정도여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거죠.

제가 일본에 있었을 때는 송이버섯을 1~2번 정도 밖에 못 먹어봤었어요. 그래서 안동탈춤축제 때 송이비빔밥이나 송이불고기, 송이를 회 등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송이를 쉽게 먹는 걸 보고 매우 놀랐어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부자다!!! 송이를 저렇게 많이 먹다니... 우리 부모님이 그 장면을 보시면 쓰러지시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일본 사람에게는 귀한 꿈의 음식이 이런 시기에 먹을 수 있다니 기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식탁 위에 있는 많은 밑반찬만 봐도 놀랐어요. 내가 반찬에 눈길을 주고 있더니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두 개의 사기그릇을 운반하러 오셨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오늘의 메뉴는 바로 송이버섯의 돌석비빔밥!!! 가장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베스트 메뉴다! やった~!!(얏타: 됐다, 해냈다) 앞에 계시는 분에게는 평상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정말 감동과 맛에 대한 기대감으로 날아 올라가는 기분이었어요.

눈치 채셨는지 “사진을 찍을까요??”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귀한 음식, 찍지 않으면 후회 할 것이다, 나중에 언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꼭 기념으로 찍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부탁을 했어요. 덮개를 열자마자 나오는 연기와 향기... 그리고 두껍게 잘라진 송이버섯! 아마 한 송이 그대로 들어간 것 같아서, 감동과 한국에 와서 잘했다는 생각으로  행복했어요.

밥을 사발에 붓고 다른 나물과 함께 비비는데 그 동안에도 송이의 그 향기가 계속 나서 얼마나 맛있어 보였는지.

송이를 하나 먹었는데 역시 일본에서는 “향은 송이, 맛은 시메지[송이과에 속하는 식용 버섯]”라고 하지만 먹자마자 입 속에서도 느끼는 송이의 향은 명품이었어요.

따끈따끈한 밥과 송이, 각 종 야채와 나물. 인스턴트 음식 따위는 하나도 안 들어가는 더할 나위 없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메뉴.. 저는 퇴원한지 얼마 안돼서 술은 못 먹지만 소주랑 같이 먹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먹으면서 궁금했던 송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물어봤는데, 작년송이를 수확한 걸 대량 구매를 한 후에 바로 냉동시켰다고 하셨어요. 특히 작년에는 수확량이 줄었으니 수입된 것도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수입이든 국산이든 이렇게 맛있고 향기로운 송이버섯을 많이 먹을 수 있다니, 역시 한국은 음식을 보면 일본보다 훨씬 행복한 나라 아닌가 싶었어요.

우리는 송이버섯비빔밥을 먹으면서 즐거운 얘기를 나눠 마음도 몸도 행복을 느꼈을 때 시원한 송이버섯차가 나왔어요. 시원해서 마시기 편하고 향기도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다 먹고 나갈 때, 충분히 기분이 좋긴 했지만 왠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죠. 저는 한국에 있으면서 송이버섯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먹을 기회는 있었지만 부모님은 일본에 계셔서 자주 못 드실 텐데, 부모님도 함께 드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번에 어머니가 오셨을 때도 송이를 드시게 하고 싶었지만 식당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거부를 했었죠. 이 식당을 알았으면 드실 수 있었는데, 다음에 오실 때는 꼭 이 식당에 모시고 와서 맛있는 송이버섯을 맛보게 해드려야 되겠다! 새해 또 하나의 목표?!꿈이 생겼네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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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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