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코와 어머니의 한국여행기 "셋째날"
날씨는 완전히 풀렸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갠 좋은 날씨. 우리는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부산으로 출발하기로 했어요. 부산은 나도 잘 몰라서 안동에 있는 내 친구와 그 친구의 부산 친구에게 부산 안내를 부탁했어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를 마중 나온 것이 어제 같았는데 내일이면 어머니와 내가 공항에서 해어져야 된다는 생각에 우울해졌지만, 마지막 날까지 어머니를 최선을 다 해 모셔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부산에서 먼저 간 곳은 범어사(梵魚寺). 당풍이 아름답고 유명하다고 해서 정했는데 어머니는 절에 도착하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우리가 안 보인다는 듯 종종걸음으로 가시니 놀랐어요.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나도 열심히 따라갔는데 얼마나 빨리 가든지... 오히려 내가 땀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친구들도 놀랐나 봐요. 계속 웃으면서 찾아보고 있더군요. 짐심 먹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모든 것에 흥미진진(興味津津)!!!
살짝 웃으면서 구경하는 어머니의 눈은 어린애 같아서 너무 귀여웠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고 절하고 기도드리며 범어사를 떠났는데, 어머니는 절에 갈 때마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뭐에 대해서 기도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어머니는 두 가지에 대해서만 기도한다고 했어요. 하나는 이번에 편찮아서 한국에 오지 못한 아버지가 빨리 회복되어서, 다음번에는 한국에 같이 올 수 있도록 ..또 하나는 내가 한국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기도했데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딸이니까, 한국에 계시는 부처님께 잘 부탁하면 잘 들어주실 것이다.” 그런 말 듣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고 글로써 표현을 못하겠네요.
부산이라고 하면 역시 회!!! 광안리에 있는 회센터에서 살아있는 고기 중에서 좋은걸 고르라고 아주머니께서 이야기 하더군요. 나와 어머니는 무슨 말인가 싶어서 계속 부산 친구 얼굴을 봤는데... 그 친구가 말하길.. 이곳 회센터에서 고기를 고르면 이 곳에서 회를 만들어서 반대편에 있는 식당까지 가져온다고 했어요. 실은 나와 어머니는 살아있는 생선과 비린내를 많이 안 좋아해요. 날뛰는 생선을 보여 우리의 얼굴은 굳어졌을 거예요. 친구들은 신선한 생선을 보여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미안하기 짝이 없지만 ..나와 어머니는 바로 회센터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친구들이 생선을 고르고 다 같이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서도 주루룩 나오는 츠케다시에 어머니는 대 만족... 회가 나오기 전에 벌써 배부르다고...정말 애 같다고 할까요. 옆에서 어머니를 보면 가끔 내가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들어요. 회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참지 못해 츠케다시를 많이 먹어 나중에 후회를 했었거든요ㅋㅋ.
신선한 오징어회와 광어회를 마음껏 먹고 바로 호텔로 이동. 숙소는 광안리해수욕장에 있고 바다가 보이는 깨끗한 호텔. 건설 된지 2년되었고, 가격은 만만지 않아 부담은 좀 되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우리 집은 내륙이라 바다를 보며 자는 일은 전혀 없는 어머니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무리를 했어요. 밤에는 라이트업된 광안대교가 바로 앞에 보인다고 하니까 어머니는 많이 좋아하셨죠.
한 8시쯤 되니까 호텔 앞에 있는 광안대교가 라이트업 됐어요. 사진으로만 봤지만 실제로 보니 얼마나 난망 적인지... 창문에서 보이는 경관은 한국 같지가 않고 동경이나 뉴욕 같았어요.
그 날 밤에는 어머니와 맥주를 마시며 늦게 까지 미래에 대해서, 업무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얼마나 즐거웠는지... 일본에 있었을 때도 얘기는 많이 했었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 하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는 걸 잊고 계속 얘기를 나누며 우리의 한국여행 마지막 밤이 지나갔어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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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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