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코와 어머니의 한국여행기 "둘째날"
10월31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어머니는 벌써 옷을 갈아입고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내가 학교 다녔을 때 매일 보던 그런 어머니의 모습, 10여년 만에 보니 가슴이 찡!! 하네요. 어머니의 요리를 오랜만에 맛있게 먹고 있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근무하는 사무실을 보고 싶어 하셔서 시청을 방문을 했는데, 뜻밖에도 우리 시장님이 만나 뵙자고 하여 시장실로 갔죠. 시장님께서 내 근무태도 등등에 말씀해 주시는데 통역을 하면서 많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어요. 시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어머니는 고마운 마음으로 들었다고 하네요. 나는 어머니 앞에서 통역을 하느라 평소 시장님 통역보다 훨씬 더 긴장하면서 어머니에게 이야기 했어요.
시장실을 나오니 날씨는 조금씩 흐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안동의 관광명소를 보기 위해 출발했어요.
먼저 방문한 곳은 이천동석불상. 우리 집은 대대로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특히, 어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서도 절이나 불상 등에 관심이 많아 자주 여행을 가세요. 나는 그래서 꼭 일본에서는 보기 어려운 석불상과 한국 전통 절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도착하자마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역시 이천동석불상은 볼만한 것 같아요. 날씨가 흐려도 그 위광은 변함이 없고, 참으로 당당한 모습으로 앉아계셨어요. 일본과 절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니 어머니는 좀 놀라셨어요. 그래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라고 어머니는 한국식 절을 하셨어요.
다음엔 봉정사와 주변의 국화꽃 밭을 보러 갔는데, 노란 꽃이 활짝 피어서 꽃밭이 참 아름다웠어요. 비는 내리지만 그 향기가 전해지는 것 같으며, 품위가 느껴지는 정도였어요. 노란 국화 밭은 끝이 보이지 않아, 노란 융단을 깔이 놓은 것 같았어요.
우리는 바로 꽃밭으로 가서 국화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향기로운 국화를 보며 우리는 잠시 숨을 죽였어요.
국화를 즐기며 우리는 봉정사로 이동했는데 봉정사 주변은 단아하며 아름다움은 끝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단풍으로 화려하게 색칠된 절을 보며 감동하셨고 대웅전에 가서 절도 하고 오셨어요. 어머니가 뭘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기도하시는 건가?? 계속 궁금해 했지만 왠지 그 때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대웅전과 한국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극락전, 그리고 영산암과 지조암을 보며 옛날 한국의 승님이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 잠시나마 알 것 같았어요.
일본과 건물구조가 많이 달라서 그런지 어머니는 곳곳을 다 사진에 담고 싶어했어요. 오늘은 관광안내원도 하고 사진작가까지 해야되겠다~ㅋ 완전히 어머니 매니저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어요.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자 기온이 급속도로 내려가서 겨울 날씨 같았어요. 원래는 바로 풍산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찻집으로 들려서 이동하기로 했어요. 거기서는 국화차를 마셨는데, 나는 그 때까지는 국화차라는 건 국화를 그냥 말려서 만든 차라고 생각했어요. 주인집 아주머니 설명으로는 국화를 따서 24시간 내에 한약재와 함께 끓여서 말린다고 하네요. 한약재는 대추를 비롯한 몸에 좋은 여러 한약재가 들어간다고 해요. 그래서 따뜻한 물에 국화를 탔을 때 약간 한약 향이 난다고 어머니가 그랬어요. 어머니와 여행을 하면서 이번에 나도 여러 가지 배우게 되네요...
국화를 유리로 된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넣으니깐 시간이 지나면 말린 국화가 조금씩 피기 시작해요. 그 모습이 매우 귀여워서 눈을 땔 수가 없었어요. 일본에는 아직까지는 국화차가 잘 유통이 안 되고 있어서 어머니는 친한 친구들에게 좋은 국화 향을 맡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주전자와 국화세트를 구매하셨어요. 일본사람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녹차를 마시지면서도 국화차는 일본에서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아서 잘 안 마셔요. 이렇게 맛있고 몸에 좋은 국화차가 있으나, 차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잘 모르다니 아쉽기도 하죠. 어머니가 국화차 전도사가 되면 좋을 텐데..
국화차를 마시고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자 점심시간이 됐네요. 내 뱃속에서는 꿀꿀거리는 소리가 나고, 풍산시장의 불고기가 머리 속에서 빙빙 돌고 있었어요.ㅋㅋ
불고기는 어머니 입에 잘 맞았나 봐요. 평소에 고기를 잘 안 드시는 어머니인데 그 날은 맛있게 잘 드셨어요. 어머니는 고기도 잘 드셨지만 반찬으로 나온 우엉 무침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리필.. 순식간에 접시에 있던 우엉무침은 바로 바로 어머니 입속으로 들어갔죠. 역시 어머니는 고기보다 야채가 좋은가 봐요.
우리는 풍산에서 불고기를 맛있게 먹고 만족스러웠지만, 날씨는 계속 쌀쌀해져 관광하기에는 좀 힘든 상환이었어요. 원래는 하회마을을 볼 생각이었지만, 내가 안동에서 가장 좋아하며 아름답다고 여기는 병산서원으로 이동했어요.
만대루에 올라가 아름답게 단풍이든 산을 보며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어요. 전교당과 쌍둥이 건물인 동재ㆍ서재 등 서원에 대해서 평소에 하든대로 설명을 줄줄 했는데, 어머니는 내가 이런 설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서 나오는 게 신기하다고 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니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고 칭찬을 받았어요. 예전에도 여러 사람한테 한국문화를 잘 안다고 칭찬을 받긴 했으나 어머니한테 받는 건 더욱 기뻤지만, 그래도 좀 쑥스럽기도 했네요. 5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나, 어머니한테 이런 칭찬을 받으니 정말 포기하지 않고 한 보람이 있었어요. ^^.
비가 그치기 시작하자 우리는 부용대로 올라가기로 했어요. 피곤하고 추워서 하회마을까지는 못 들어가고 아쉽게도 부용대만 보러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안개가 껴서 오히려 하회마을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였어요. 비가 온 후라 공기도 깨끗하고 낙동강 흐름이 잘 보였어요. 추워서 그런지 집집에서 온돌의 장작을 지피는 연기가 나는 것이 보여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부용대를 즐기고 우리는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한지공장으로 갔어요. 한지공장에서는 손으로 직접 뜨는 모습을 보고서 천연염색으로 만든 한지를 구입했어요. 연하고 부드러운 한지는 우리에게 따뜻함을 줘요. 한지로 만든 공예품을 보며 한지로 만들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았어요.
한지까지 보다가 어머니는 추위 때문인지 많이 피곤해 보여서 집으로 바로 갔어요. 저녁에는 역시 학가산온천에 가서 하루의 피로를 충분히 불었고, 온천장에서 나가서 시원한 맥주를 같이 먹으니 얼마나 맛있었는지ㅋㅋ 더 이상은 좋을 것 없었죠.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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