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온돌의 만남”

person 케로
schedule 송고 : 2008-10-22 09:04
한국의 겨울 이야기, 그리고 잊지 못하는 나와 온돌의 만남

내 고향인 쿠마모토현은 안동보다는 남쪽이며, 평균기온은 16도정도, 8월 달의 최고기온과 월평균 기온은 일본에서 3번째로 높은 지방이며, 내륙지방에 위치하는 분지 지역이기 때문에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이가 큰 편이지만 물도 좋고 살기 좋은 지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더운 지방에서 살다보니까 한국에 와서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가 믿을 수 없는 정도로 춥다는 것이었죠. 난 더운 지방에서 살아서 보통사람보다 훨씬 추위를 타니까 어렸을 때부터 4계절 중 겨울을 가장 싫어했어요. 이렇게 추위를 타는 나의 이번의 이야기는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한국의 겨울 이야기, 그리고 잊지 못하는 나와 온돌의 만남”이에요.

2000년 3월 초, 일본에서는 매화가 피며 봄의 따뜻한 기운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죠. 당연히 바로 이웃 나라인 한국도 일본 만큼 따뜻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봄옷만 챙겨 일본을 떠나왔었는데, 한국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했던 추위.

 "실내인데도 왜 이렇게 춥지?..., 냉방틀었나??"

미리 알아보고 한국으로 왔어야 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유학간다는 흥분함과 부모님과의 아쉬운 이별로 생각도 못했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날씨는 비슷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김포에 도착하자마자 후회는 했지만 이제와서 후회는 사후 약방문. 숙소에 가면 듣기만 했던 한국의 난방 시설인 “온돌”이 있으니 따뜻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공항을 출발했어요. 

그 날 밤, 숙소에 도착해서 8시가 넘으니까 조금씩 따뜻해지는 방바닥을 만지면서 "이것이 온돌이군!!!" 신기하고 놀라운 마음이었어요.

“밖에는 지옥 같지만 기숙사는 천국처럼 따뜻하니 본격적인 봄인 4월까지는 방 안에서 살면 되겠다!!”

그런 마음으로 편하게 잤는데... 한 12시가 지나자 열대야 같은 더위로 잠이 깨버렸지 뭐에요!!!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는 거예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놀라기만 했죠. 온돌의 위력이 이 정도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일본에 난방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난방은 평생 처음! 열기 때문에 유학 첫날은 거의 잠을 못 자고 말했어요. 보다 힘들었던 건 여름을 타서 입맛이 없듯이 완전히 속이 안 좋아져 몇일 동안 밥을 잘 못 먹었다는 거죠.

중앙난방이라 내가 조절할 수도 없고 온돌은 숙소에서는 3월말까지 들어줬는데 그 동안 나는 계속 더위를 탄 사람처럼 입맛이 없고 살이 쭉쭉 빠졌어요. 일본에서는 아무리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도 별로 효과도 없었는데 한국에 와서 온돌방에서 자다보니까 자동적으로 살이 빠져서 놀랐죠. 

태어났을 때부터 온돌방에 익숙해진 한국사람에게는 믿기 힘든 일이 겠지만, 외국인인 나는 이 온돌방 때문에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도 서울생활을 3년이나 하면서 나는 이 온돌방의 열기를 극복하며 온돌방에서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자야 된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게 되고 서울을 떠날 때는 온돌 없이는 못 사는 정도가 되었죠.

그런데 안동에 와서 온돌 때문에 또 고생하게 되버렸어요. 내가 사는 아파트는 안동에서도 제일 오래된 아파트. 13평이라 혼자 살기에 딱 좋은 크기하며 다른건 불편한게 하나도 없었는데... 오래되서 그러는지 온돌이 잘 안 되는 것이었어요!!!

더위보다는 추위에 약한 나에게는 이건 죽고 사는 문제와 같았죠. 10월 축제가 끝나가니까 천천히 추워지는 안동 날씨...빨리 대책을 세워야 된다고 생각한 내가 선택한 건 전기장판과 내복이었어요. 일본에 있었을 때는 아무리 추워도 아줌마 같다고 내복은 절대로 안 입었었는데 배를 등과 바꿀 수는 없는 법, 시내로 내복을 사러 갔죠. 그 때, 나랑 같이 채용된 캐나다 친구도 내복을 사겠다고 했으니까 안동은 정말 추운 거죠. 그런데 아직은 한국에서는 내복을 입을 시기가 아니라고 가게에는 없다고 하니, 급한 마음으로 일본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죠. 어머니는 그렇게 추위를 타는 사람이 안동에서 살 수 있겠냐고 많이 걱정을 하셨는데, 나도 그 때는 어떻게 살지??라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요. 그렇게 안동에서의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추워지면 전기장판을 꺼내고 , 10월말이 되면 내복을 준비하며 추운 겨울에 대비를 해요.

올해는 작년보다는 덜 추워서 아직 내복은 준비를 안했지만 슬슬 준비를 할까 생각중이에요. 겨울만 되면 내 옷장에는 다양한 색깔의 내복으로 가득 차요. 요즘은 특히 귀엽고 예쁜 내복도 많아 골라 사는 재미도 생겼어요. 추운 안동의 겨울에는 내복이 최고고 필수품이에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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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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