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 (54건)

나라 없는 몸... 무덤은 남겨 무엇하겠느냐
>> 백운정에서 바라본 내앞 마을. 아래쪽의 내가 반변천이다. 지명은 마을의 생성과 역사, 지리적 특성 따위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지역의 공동체적 삶을 어우르고 있는 정서적 지리적 표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행정구역이 정비된 1914년 이후 사람들의 마을 이름에서 삶의 향기와 정겨움은 사라져 버렸다. 이 식민 관리들은 고유어로 이루어진 마을이나 지명을 '반듯하게' 한자로 바꾸었다. 애당초 한자 없이는 표기 자체가 어려운 문자를 쓰던 일제로서는 우리말 지명의 의미 따위를 고려할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주
2007-12-18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사라졌다고?
>> 광흥사 전경 광흥사는 무려 세 번에 걸친 화재로 퇴락한 절이지만 고려시대 이래, <불설대부모은중경> 등의 경전을 간행하는 등 불교 출판을 담당하고 있던 대찰이었다 경북 안동의 진산(鎭山)에 대한 설은 분분해서 어느 것을 믿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안동서 가장 높은 산이 학가산(870m)이라는 건 이설의 여지가 없다. 이 산에 ‘학수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치마폭처럼 넓은 산자락과 머리에 바위를 인 산세가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모양’이어서다. “학가산에는 임금이 머물러 대궐과 육조 터가 남아 있는 2개의 산성 터가 있다
2007-12-11

마지막 주막, 바람벽에 새겨진 술어미 피울음
>> 회룡포 전경 나라안에서 가장 완벽한 ‘물돌이 마을’로 불리는 마을이다. '물돌이동'은 하회(河回)의 다른 이름이다. 낙동강이 그 유장한 흐름으로 마을을 휘감고 흘러가는 형국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모두 그만그만한 우리 하천들의 규모와 배산임수의 땅에다 터를 잡아온 선인들의 지혜를 헤아려 보면, 그런 모양새의 마을은 쌔고 쌨어야 한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회룡포(回龍浦) 마을도 그런 마을 중 하나다. 하회마을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관광자원을 개발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이해와 저마다 승용차를 부리는 시대에 힘 입은 데다가
2007-12-04

이야기따라 가을따라 가본 선비집·절집
>> 부석사의 가을 부석사의 단풍은 수더분하고 넉넉하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려면 날이 차가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정직하게 돌아온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무심한 일상에서 가을은 밤낮의 일교차로, 한밤과 이른 아침에 드러난 살갗에 돋아오는 소름 따위의 촉각으로 온다. 그러나 집을 나서면 가을은 촉각보다 따뜻한 유채색의 빛깔로, 그 부시고 황홀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길을 나선다. 대저 모든 '떠남'에는 '단출'이 미덕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 어깨에 멘 사진기 가방만이 묵직하다. 시가지
200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