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계구곡. 죽계는 대부분 나무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 장호철 소백산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과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에 걸친,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벋은 소백산맥에 속한 산으로 주봉은 1439m의 비로봉이다. 북서쪽은 경사가 완만하나 동남쪽은 가파른데, 낙동강 상류로 들어가는 죽계(竹溪)가 여기서 비롯한다. 소백산은 한반도 온대 중부의 대표적인 식생을 갖는 지역으로 낙엽활엽수가 주종이다. 비로봉엔 희귀식물인 외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비로봉·국망봉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주목의 최대 군락지다. 이처럼 산과 골이 깊으
2008-02-25
이 풍진 세상 (54건)
>>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마늘종무름. 마늘종을 밀가루에 버무려서 밥 위에 쪄 낸 것이다. 감자무름과 고추무름도 맛있다. '무름'은 '굳은 물건이 푹 익거나 하여 녹실녹실하게 되다'는 뜻의 '무르다'에서 온 말인 듯한데, 같은 뜻의 표준말이 무언지 모르겠다. ⓒ 장호철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은 미각인 듯하다. 미각은 단순히 맛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그 애환을 기억해 내는 까닭이다. 갓 구워낸 국화빵의 바스러질 것 같은 촉감, 학교 앞 문방구의 칸막이 나무상자의 유리 뚜껑을 열고 꺼낸 소용돌이 모양의 카
2008-02-19
>> 용선대에서 내려다 본 관룡사. 신라 8대 종찰의 하나였다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절집에 지나지 않는다. ⓒ 장호철 고통스러운 중생의 삶이 '이 언덕(차안:此岸)'에 있다면 바다 건너 '저 기슭'이 바로 피안(彼岸)이다. 그것은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일', 즉 바라밀다이다. 피안은 생사의 바다를 건넌 깨달음과 진리, 무위(無爲)의 언덕을 뜻하니, 열반 곧 니르바나의 경지를 이르기도 한다. '번뇌가 소멸되어 삶과 죽음마저 초월한 상태로서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바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고통 없는 피안
2008-02-12
>> 송암폭포.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장관인데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라 다소 왜소해 보인다. 위쪽에 만휴정이 보인다. ⓒ 장호철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시가(詩歌)를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어쩌면 스스로 엮고 세운 '띠집'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치적 부침에 따라 출사와 퇴사, 유배를 거듭하다 말년에 귀향한 이들 사대부들이 하나같이 노래하는 것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인데, 이는 그 띠집의 중요한 들보인 듯하다. '가난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이 명제는 다분히 관습화된 이데올로기의
2008-02-05
>> 원천리의 들 왕모산 갈선대에서 내려다 본 도산면 원천리의 들판. 왼편 저 멀리 육사 문학관과 생가터가 있다. ⓒ 장호철 아이들에게 우리 문학을 가르치면서 문학 교사들이 비켜갈 수 없는 길목이 있다. 비애와 부끄러움 없이 가르칠 수 없는 참담한 현대(근대) 문학사가 그것이다. 개화기를 거쳐 근대로 진입하는 이 시기의 문학을 담당했던 일군의 시인 작가들을 고스란히 ‘친일문인’ 명단에서 만나야 하는 까닭이다. 첫 신체시 작품인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를 쓴 육당 최남선과 최초의 근대 소설로 평가되는 “무정”(1917)을 썼던
2008-01-29
>> 가일마을 안동 권씨가 500여 년간 세거해 온 동족마을. 사회주의 운동가를 많이 배출해 ‘모스크바 동네’라 불렸다. 여기 한 혁명가가 있다. 감옥에서 찍은 일그러지고 바랜 사진 속에서 그는 정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일제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향년 서른넷. 그의 시신은 일경의 삼엄한 경비로 봉분도 올리지 못한 평장(平葬)으로 고향 인근의 산기슭에 묻혔다. 그 무덤에 봉분이 올라간 건 수십 년이 흐르고 나서였다. >>권오설 서대문형무소에서 찍은 걸로 보이는 데 훼손이 심하다. ⓒ 안동대 박물관
2008-01-22
>> 향산고택. 안동시 안막동에 있다. 도산면 토계리 하계마을에 있다가 안동댐 수몰로 1976년 여기로 옮겨 왔다. 20년도 전의, 오래된 얘기다. 어느 여학교의 역사 시간이었다. 교사는 문득 '망국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물었겠다. 그것도 매우 근엄하게.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일제히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이클 잭슨 생일요! 1910년 8월 29일은 이른바 '경술국치'일이다. 그 날, '한국정부에 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제에 양여할 것을 규정한 합병조약에 따라 27대 51
2008-01-15
>> 금강산 호텔 7층 객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까이 보이는 인물 좋은 붉은 소나무가 금강소나무다. 한 차례 폭설이 지나갔다. 주변의 동료들이 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금강산 산행에 묻어 다녀온 금강산도 설봉(雪峰)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찍어 온 눈 덮인 설봉산에서 눈을 천천히 걷어내 보면서 날씨만큼이나 굳어 있는 남북 교류를 상기하고, 나는 지난해 2월 말에 만난 개골을 우울하게 추억했다. 그러나 미몽에 취한 듯 만난 개골산(皆骨山)의 황량한 골짜기와 금강산 호텔, 고성항 횟집에서 만난 볼 붉은 처녀들의 모습은 기억 한편에서
2008-01-08
>> 봉정사로 오르는 솔숲길. 차는 이 길을 지나 절 코앞까지 닿는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한 절이다. 그러나 그 역사만큼 기림을 받은 절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웃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부터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 자리를 물려받은 극락전으로나 기억되던 이 절집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떠오른 것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다녀가고서부터이다. @BRI@유럽의 이 할머니 임금은 나중에 안동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안동 토박이들로부터는 그리
2007-12-31
>> 임청각의 별당격인 군자정(君子亭). 보물 182호. 대청마루와 방 세 칸이 붙어 있는 구 조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따 길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이 땅에서는 그리 오래지 않다. 수도 서울 거리에 세종 임금, 퇴계 이황, 이충무공, 을지문덕 등의 이름이 붙이게 된 게 그 시초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방에 이런 형식의 이름 붙이기가 파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지역 인물에 대한 조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부터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이면에는 단순히 지역 인물을 기린다는 의미보다 역사적 인물과 그 흔적을 꾸밈으
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