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어사 이 절집은 어산불영((魚山佛影)의 설화를 간직한 고찰이다. ⓒ 장호철 지난 주말에 만어사(萬魚寺)를 다녀왔다. 나는 일찍이 밀양 어름에 그런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웬 만어사? '만'은 무어고 '어'는 무어야, 물고기 만 마리라고? 난생 처음 듣는 만어사를 만나게 된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온 나라의 크고 작은 산을 밟으며 거기 깃든 절과 암자를 찾아온 부지런한 친구 덕분이다. 만어사는 삼랑진읍에서 들어가는 게 쉽다. 그러나 우리는 밀양시 쪽에서 만어산(萬魚山)을 넘었다. 좁고 가파른 임도를 따라 산을 넘는데 기분
2009-03-03
이 풍진 세상 (54건)
▲ 온달산성 이 산성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 장호철 "오늘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 산성에서 엽서를 띄웁니다." 이 문장은 쇠귀 신영복 선생의 글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갑니다"(나무야 나무야, 2001)의 첫 문장이다. 내가 가족과 함께 단양의 온달산성을 다녀온 것은 지난해 이맘때, 대통령 선거일이었지만, 오늘은 같은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 나무야 나무야 쇠귀 신영복 선생이 쓴 엽서를 모은 책이다. ⓒ 장호철 온달산성이 있는 충북 영춘은 내가
2008-12-16
▲ 시사단 정조가 이황의 학덕과 유업을 기념하기 위하여 도산별과를 새로 만들어 지방 인재를 선발하게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 장호철 퇴계의 그늘은 넓고도 크다 안동은 퇴계의 고장이다. 이 16세기의 대 성리학자는 무려 4세기가 지났어도 여전히 안동에 살아 숨쉬는 인물이다. 퇴계를 떠나 안동의 유림과 학문, 전통과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내로라하는 안동의 명문거족들이 모두 퇴계의 문하로 또는 영남학파로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서애 류성룡(풍천 류씨)을 비롯 학봉 김성일(의성 김씨), 송암 권호문(안동 권씨)이 퇴계
2008-11-03
▲ 가송협과 고산정 분강촌으로 가는 가송 골짜기, 고산정이 외롭다. ⓒ 장호철 댐이 건설되면 숱한 마을과 논밭이 물 아래에 잠긴다. 당연히 거기 살던 사람들은 물에 잠길 고향을 떠나 더 높은 뭍으로 떠난다. 정든 집과 마당, 유년의 추억이 깃든 개울이나 언덕 따위와도 꼼짝없이 헤어져야 한다. 그나마 수몰을 면하는 집이 있다. 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옛집들이다. 이 고가들은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비용이 드는 해체·복원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는다. 그게 수백 년 동안 고택이 먹은 나이에 대한 지금 세상의 배려고 대우다. 경북 안동시 도산
2008-10-28
▲ 송암구택 중앙의 팔작집이 권호문의 종택 사랑채다. '송암구택'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 장호철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교과서에 등장하는 지은이들의 자취를 이웃에서 심심찮게 만나는 경우가 많다. 볼 것 없이 이 땅 곳곳이 선비들의 고장이었던 덕분이다. 당연히 그건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의 상황은 아니다. 그만그만한 땅과 마을마다 고전문학의 주인공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구호로 그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고장이다. 당연히 발길에 차이는 게 고택과 정자요, 거기 머문 시인
2008-10-14
▲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창비, 2008 ⓒ 창비 전적으로 실수로 산 책 어릴 적엔 누구나 만화에 흠뻑 빠져서 지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만화를 읽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른이 되면서 만화가 지어놓은 허구의 세계를 졸업한 것일까. 지금도 여전히 도서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다 보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당연히 만화책을 사는 일도 없다. 그건 오래된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굳이 읽어야 하는 만화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연히 만화책을 한 권 샀다
2008-09-22
새 정부 들면서 시작된 역사 인식의 퇴행은 예순세돌 광복절을 지나면서 그 절정에 이른 듯하다. 이 대통령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3·1절 기념사)"며 "맨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일본에 대해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전개된 여러 상황들은 별로 '미래지향적 관계'답지 못해 보인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새 정부의 대일 역사인식은 여전하다는 걸 이름만 광복절이지 사실은 '건국절'로 치러진 8·15 행사가 증명해 주었다. 1948년 8월 15일
2008-09-02
▲ 이봉주 그의 삶은 쉼없는 도전의 시간이었다. ⓒ 삼성전자육상단 나는 지난 24일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에 참가한 이봉주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봉주가 메달을 딸 수 있을까 따위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라토너'라는 사실 외에 이봉주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직접은커녕 먼 빛으로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가 완주하리라는 걸 믿고 있었고 어떤 성적을 내든 그를 기리는 글을 한편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08년 8월 24일, 베이징 올림픽의 폐막일 벌
2008-08-26
▲ 남원고사 서해문집, 2008 ⓒ 장호철 <춘향전>을 비롯한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은 조선 후기 평민의식의 성장이 빚어낸 서민문학의 결정판이다. 이들이 국민 문학(소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배밀이로 방바닥을 길 때부터 울긋불긋한 그림책에서 춘향이와 어사또를, 심청이와 뺑덕어미를, 그리고 흥부와 다리 부러진 제비를 만나기 시작한다.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동화 형태로 예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그 원문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줄거리는 뚜르르 꿰고 있으
2008-08-05
▲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시공사,2002) ⓒ 장호철 간행된 지 6년이나 지난 구간(舊刊) 1권을 이른바 '쇠고기 정국'이 불러냈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1993년에 쓴 <육식의 종말 Beyond Beef>(시공사, 2002)이 그것이다. 내 서가에 있는 리프킨의 이 책은 2002년 1월에 발행된 초판 1쇄다. 인류의 육식 문화를 광범위한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으로 천착했던 이 책은 그 동안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혀 왔다. 광우병 정국이 이 구간을 불러냈다고 했지만 정작 리프킨은 이 책에서 광우병을 직접
2008-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