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께부터 여러 일간지에서 '베이비부머(Babyboomer)'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라면 물론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 세대를 이른다.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온 전후세대다. 베이비부머들은 한국전쟁(1950~1953) 종전 2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너무 어려서 4·19 혁명이나 5·16 쿠데타를 알지 못했지만, 이후 전개된 10대에는 박정희 군부, 20
2009-10-13
이 풍진 세상 (54건)
▲ 유일재 고택 광산김씨 유일재공파의 종택으로 갈봉 김득연은 유일재의 맏아들이다. 사랑채 툇마루에 앉은 이가 이 종택의 종부이다. ⓒ 장호철 한글 시가를 찾아 떠나는 이 기행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듯하다. 그간 누차 뇌었듯 고을마다 시인묵객들로 넘치지만 정작 한글로 그 시대와 삶을 기록한 이는 드문 까닭이다. 비록 자신의 성리학적 세계관을 노래하는 데 그쳤다고는 하나 퇴계나 송암 같은 학자 문인들이 여러 편의 한글 시가를 남긴 것이 돋보이는 것은 같은 이유에서다. 한글 시가를 찾아가는 오늘의 여정은 안동시 와룡면으로 향한다. 와룡
2009-10-06
▲ 백호서당 영남학파의 거두인 존재 이휘일의 유업을 기리기 위하여 반변천 가에 세운 서당. 임하댐 때문에 지금 자리로 옮겼다. ⓒ 장호철 일찍이, 한문으로도 완벽한 문자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조선조 사대부들은 한문뿐 아니라, '언문'이라 천대 받던 한글로도 삶과 세상을 노래했다. 우리가 오늘날 국문 시가를 즐기며 당대 현실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 덕분이다. 이들 사대부들은 성리학을 공부한 선비였고, 시조는 그들의 '정신적 자세를 표현하는 그릇'이었다. 퇴계나 율곡 같은 이들이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고
2009-08-11
▲ 용계리 은행나무 수령 700년, 천연기념물 제 175호인 이 나무는 수몰을 피해 15m 위로 들어올려져 살아남았다. ⓒ 장호철 100년, 한 세기를 넘으면 사람이나 사물은 '역사'로 기려진다. 백년이란 시간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누적에 그치지 않고 그 나이테 속에 한 나라, 한 사회의 부침과 희비와 온갖 곡절을 아로새기기 때문이다. 거기엔 물론 아직도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년을 넘지 못하는 까닭도 있을 터이다. 굳이 아흔아홉을 '백수(白壽)'라 부르는 까닭도 그 백년이 쉬 다다를 수 없는 시간이라는 반증이다. 그러나 백년을
2009-08-04
▲ 목석거 유허비 안동 풍산읍 서미리의 빗집바위 위에 세워진 '청음선생 목석거 유허비' ⓒ 장호철 아이들에게 우리 문학을 가르치다 가끔 그런 얘길 하곤 한다. 만약, 송강 정철이, 또는 고산 윤선도가 '진서(眞書)'가 아닌 '언문(諺文)'으로 된 노래를 남기지 않았다면, 혹은 그들이 '사미인곡'이나 '관동별곡'을, 또 '어부사시사'와 '오우가'를 우리말 아닌 한시로 남기고 말았다면, 하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에게 남겨진 문학 유산이 한문투성이의 시부에 그친다면 그게 얼마나 '끔찍한 풍경'일 것인지를. 조선조 사대부들은 말을
2009-07-21
▲ 사인암 단양의 사인암은 역동이 지냈던 정4품 사인(舍人) 벼슬의 이름을 딴 암벽이다. 우탁은 여기서 산수를 즐기면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 장호철 시조는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걸쳐 형성,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문학 중 유일무이한 정형시다. 시조는 국문학사에 명멸해 간 여러 시가 형식 중 가장 생명력이 긴 갈래로 지금도 즐겨 불리고 있다. 현대인의 정서를 담는 데는 힘이 달릴 것 같은 이 오래된 시가 양식이 이 날까지 장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조의 형성은 고려 말에 유입되어 조선 왕조의 지도 이념으로 각광 받게 된
2009-06-30
▲ 교육공로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5·10 교육민주화 선언을 기념하여 교직 경력 25년 이상의 조합원 교사 모두에게 주는 공로상이다. ⓒ 장호철 교직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른바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주는 관제의 상, 교육감상이나 장관상 따위와는 다른 상이다. 1986년 5월 10일 교육민주화 선언을 기념하여 내가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주는 '교육공로상'이다. '교육공로'라니까 무슨 대단한 업적을 생각할지 모르나, 이 상이 가리키는 공로는 '오래 교단을 지켜 온' 것이다. 수상 자격은 오직 교직
2009-05-19
▲ 변강쇠와 옹녀 영화 <변강쇠>(1986)의 두 주인공 이대근과 원미경. ⓒ 합동영화 변강쇠와 옹녀는 조선 후기에 연행되던 판소리 12마당 중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 횡부가橫負歌)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고전은 멀고 영화는 가깝다.' 두 남녀는 1980년대를 풍미한 에로영화로 먼저 데뷔하는 바람에 판소리가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으로 '인구에 회자'된다. 에로영화에 절륜한 정력, 혹은 음란무비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변강쇠와 옹녀에게서 무슨 우리 고전서사문학의 냄새 따위를 맡을 겨를은 없다. 나도향의 사실주의 단편 <뽕>이 영화화된
2009-03-31
▲ 경상도 우리 탯말 윤명희 외, 소금나무, 2006(10,000원) ⓒ 소금나무 출처 2006년 5월 일단의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을 폐지하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교육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이 바로 네티즌들이 결성한 지역어 연구 모임인 '탯말두레'다.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제출한 심판청구서에서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한 현행 어문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표준어 사용자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 어문정책은 국민의 기본권과 평등권, 교육권,
2009-03-24
▲ 중등학교 교감 임용 2009년 3월 1일자 경북교육청의 교감 임용 인사명령 ⓒ 경북교육청 3월 인사발령에서 평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거기 아무런 관심이 없는 탓이다. 누가 교감이 되었건, 누가 교장이 되건 그건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주변의 동료들도 비슷한 이들로 넘치니 그런 쪽의 뉴스엔 캄캄하기만 하다. 교직에 들어온 지 햇수로는 25년째다. 통상의 경우라면 승진이 남의 얘기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설사 거기 뜻을 둔다고 해도 까먹은 세월 덕분에 후배들보다
200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