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이의 개성
대현이가 화가 많이 났다. 자주 드나드는 카페에 자기 사진을 올렸는데 ‘비행청소년’이라는 댓글이 달렸단다. 그래서 그 댓글을 단 사람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벌인 뒤 끝에 우리 클럽에 그 내용을 다시 올렸다.
대현이는 우리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다. 자신을 가꾸는 일에 열심이다. 머리를 염색하고 귀걸이를 하고 화장을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내가 대현이의 이런 개성을 마음으로부터 인정하게 된 데에도 다소 시간이 걸렸다. 대현이는 외모 가꾸기에만 열중이 아니다. 뷰티 아티스트가 꿈인 그는 수업을 마치고 저녁시간에는 미용실에서 일을 배운다. 노래를 좋아해서 날마다 노래 연습을 하고 지난 학기에는 안동시 청소년 가요제에서 금상을 탔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두 세 시간은 꼼짝 않고 피아노를 친다. 친구들이 다 대학진학을 고민할 때 대학을 먼저 가는 게 좋을 지, 일을 먼저 하는 게 좋을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물어온다. 자신의 열정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 나는 한동안 대현이의 열정에 열등감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런 아이가 외모를 가꾸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학교는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은 창조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자신을 비행청소년이라고 한 네티즌을 향한 대현이의 댓글을 잠시 보자.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비행하지도 않고 나를 숨기고 싶지 않을 뿐이야. 다른 사람의 문화와 개성을 존중해 줄 줄 모르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진 않아. 그렇게 만든 이 사회가 한심하고 딱할 뿐이야. 너희들이 너희들의 문화와 개성을 사랑하고 거기에 만족하거나 발전을 바라듯이 나도 단지 그것 뿐이야. 이 문화가 비상식적이고 문란하고 그릇된 것이 아니라면 애써 쥐어짠 듯한 말들로 참견할 필요는 없잖아? 자기 자신을 자기 문화를 사랑할 줄 아는 너희들이라면 다른 것들을 그것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일상의 문화에서 부딪히는 ‘다름’에 대한 인정은 문화적 발전의 첫걸음이다. 미술에서 피카소를 인정하는 사람도, 백남준을 이해하는 사람도 일상에서 노랑머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나아가, 대현이의 노랑머리 사진을 보고 비행청소년이라고 말해버리는 경우처럼 문화적 ‘다름’을 ‘악’으로 규정해버린다면 나와 다른 종교도 민족도 이념도 악이 되고 만다. 성찰 할 일이다.
* 이 글을 쓴 피재현님은 시인이며, 현재 나섬학교 교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영남일보 '문화산책'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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